“지주사, 계열사장 문책할 수 있어야”…임종룡 발언 주목

“지주사, 계열사장 문책할 수 있어야”…임종룡 발언 주목

입력 2015-02-22 10:33
수정 2015-02-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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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내부 이중규제 해소…건전성 규제는 완화될 듯

앞으로 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통제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내부의 이중규제가 줄어들고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완화될 전망이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회장이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농협 회장 재직 시절 그의 발언이 금융정책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과 경제정책을 두루 섭렵한 임 회장이 금융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한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임 내정자의 금융 철학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부각된 바 있다.

우선 KB의 내홍으로 불거진 금융지주회사 무용론에 관해 임 회장은 지난해 5월 “금융지주회사를 없애자는 주장은 세계적인 흐름과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주 회사가 정착하려면 지주사와 계열사 간 역할을 분명히 하고 지주사가 계열사 사장을 임명해 경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전산기 변경을 둘러싼 KB지주와 국민은행 간 갈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법은 지주사 회장에게 은행장에 대한 통제 권한을 주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인식은 앞으로 금융사 지배구조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의 수익성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비용 효율화와 구조조정을 이야기했다.

임 내정자는 2013년 7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상황이 어려운 만큼 비용 측면에서 효율화가 필요하다”면서 “수익이 늘지 않으면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영전략을 설명하면서도 “금융회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충분히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농협금융 회장 재직시절인 지난해 5월말 우리투자증권 WM 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우투증권은 전체 인력 중 22%를 구조조정하고도 3개월후 금융상품 판매 실적을 20% 이상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임 내정자는 농협금융 회장 취임식에서 “부당한 외부의 경영 간섭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달 3일 금융권 대토론회는 정책과 금융 현장을 아우른 그의 목소리가 집약적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규제를 담당했던 그는 농협금융회장이 된 2013년 이후 규제자에서 피규제자로 바뀐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임 내정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금융당국에 규제 완화에 관련한 건의사항을 내놨다. 결국 피규제자에서 규제자로 입장을 바꾸기 직전에 내놓은 목소리였던 셈이다.

그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특유의 명료하면서 부드러운 화법으로 설득,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 등 참석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는 국제기준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면서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잘하는 만큼 건전성 규제는 대폭 완화해도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 고질적인 엇박자 문제도 이날 지적했다. 그는 “감독의 핵심은 일관성인데 이쪽 국에서 이런 지시를 해서 따르면 다른 국에서 하지말라고 한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금융사들은 당국을 불신하고 뒷일을 생각해 일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의 이런 발언은 금융당국 내부 부서간 알력이나 금융위와 금감원간 이중 규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추가로 도출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 내정자가 이날 소비자 보호가 취약한 불량 금융사 점포에 붙는 이른바 ‘빨간딱지’가 과도한 제재라고 지적하자 진웅섭 금감원장이 바로 제도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17일에는 금융규제 개혁을 첫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임 내정자는 “규제의 틀을 재정비하겠다”면서 “자율과 경쟁이 규제의 틀을 바꾸는 원칙이자 기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금융정책을 내고, 금융사를 규제하는 역할에 ‘코치의 기능’이 아닌 ‘심판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심판의 역할은 공정한 규정에 따라 선수가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금융당국의 기능은 코치의 기능이 아니라 심판의 기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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