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81조원 ‘통큰’ 투자 무엇을 기대하나

정몽구 회장 81조원 ‘통큰’ 투자 무엇을 기대하나

입력 2015-01-06 14:05
수정 2015-01-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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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61조원 투자로 우려 불식…경제활성화 기조 부응품질 경쟁력 높이고 친환경차 개발 강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년간 81조원 투자라는 ‘통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평균 투자액으로 따지면 20조2천억원에 달하는 거액으로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10조5천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장에서 불거져나왔던 적절성 논란을 쑥 들어가게 할 정도로 예상치 못했던 투자규모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한전부지의 인수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고 삼성과 함께 국내 기업계를 이끌어가는 양대 거목으로서 기업투자 확대, 경제활성화 등 국가시책에 부응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도 올해 시설 및 R&D투자로 사상 최대인 50조원 안팎을 집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신규투자의 76%를 국내에 집중시킨 점은 그동안 잇따른 해외공장 신증설 투자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및 일자리의 해외 전이 우려가 높아지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경영기조가 바뀔지도 관심사다. 정 회장은 그간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전망 속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내실을 다지는 경영방침을 이어왔으나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넘어선 올해부터 이런 경영기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 예상 뛰어넘은 투자베팅…”어려울 때 투자하라”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체감경기가 위축돼 주요 기업들이 현상유지나 생존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과감한 투자베팅은 단연 눈에 띈다.

연도별로도 4년중 올해에 가장 많은 투자액이 집중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미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체된 현상황을 타개하고 양적 질적 성장을 병행하려는 전략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정 회장 특유의 역발상 경영철학이 작용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과거에도 주요 경영의 고비 때마다 업계의 허를 찌르는 수를 내놓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은 바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를 인수할 때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구매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런 역발상 경영의 하나로 평가된다.

한전부지 인수에 이은 이번 투자계획 발표도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판매량이 2002년 271만대에서 지난해 800만대로 3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에서 그간의 내실 경영과 질적 성장 기조를 뒤로 한 채 ‘1천만대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확대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 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우리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투자계획을 예고했다.

◇ 국내 투자에 집중…경제활성화 도움 기대

현대차그룹은 2018년까지 4년간 전체 투자액의 76%에 달하는 61조2천억원을 국내에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투자액에는 GBC 건립비 11조원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50조원이 고스란히 국내에서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로 투입된다. 구체적으로는 핵심부품 공장 신·증설 및 IT 강화 등 기반시설 투자, 보완투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 등 시설투자에 34조4천억원, 제품 및 기술개발 등 R&D에 26조8천억원이 각각 집행된다.

이런 투자는 국내 산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낙수효과에 따라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로도 연결된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 파급효과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그간 현대·기아차는 국내공장 신증설에는 미온적이면서 해외공장 신증설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현대차가 최근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와 중국 서부 충칭시에 각각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내 4번째, 5번째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고 기아차도 지난해 8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데 대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시장에서는 당위성을 얻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로 전이되고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가속화되는 아쉬움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국내 투자를 대폭 늘려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도 자동차 기업으로서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이중의 포석이 이번 투자에 깔려있다.

이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투자 선택은 국내에서 단순히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보다는 친환경차 연구개발 역량을 크게 확충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 완성차 경쟁력도 강화…친환경차 개발 집중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R&D 부문에서만 4년간 31조6천억원을 투자한다. R&D 투자는 국내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차그룹 R&D 투자액의 84.8%가 국내에서 집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R&D 투자는 친환경자동차와 스마트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고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특히 2018년까지 11조3천억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전기차 전용모델, 수소연료전지차 추가 모델 등 다양한 친환경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 모터, 배터리 등 친환경차에 필요한 핵심부품의 원천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완성차업체의 기술력 수준을 가늠하는 새로운 척도인 스마트자동차에도 2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및 차량IT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차량용 반도체 및 자율주행 핵심 부품 등을 개발한다.

현대차그룹은 아울러 다양한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차량의 본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 연비규제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앞서 지난해 11월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발표하고 파워트레인 신규 개발과 차량 경량화, 친환경차 투입을 통해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올해보다 25% 높이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전사적인 연비 향상 노력을 통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연비 과장’ 이미지를 벗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R&D 인재 채용에도 나선다. 2018년까지 4년간 친환경 기술 및 스마트자동차 개발을 담당할 인력 3천251명을 포함해 총 7천345명의 R&D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5위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했고 국가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성과로 이어졌던 만큼 이번 투자도 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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