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은, 기준금리 빨리 내려라…디플레이션 걱정된다”

KDI “한은, 기준금리 빨리 내려라…디플레이션 걱정된다”

입력 2014-11-25 00:00
수정 2014-11-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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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금리 금융위기때보다 높은 수준…추가 인하 여지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에서 일본과 유사한 형태의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한국은행이 추가로 신속하게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25일 천안에서 열린 KDI 주최 출입 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저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져 굳어지지 않도록 물가안정목표(2.5∼3.5%)를 준수하기 위한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통화 당국이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자연 실질금리의 하락세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감지하지 못한 가운데 금리 정책을 수행하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하면 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경우 1990년대초 정책금리를 수차례 낮췄지만 물가상승률이 더 빠르게 낮아지면서 실질금리가 되레 상승, 명목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 완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일단 디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 금융 부채나 재정 등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책 대응 수단도 제한된다면서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서는 신속한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는 KDI가 디플레이션 대응 차원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으로,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독립성을 지닌 중앙은행에 이처럼 강도 높게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고서는 수요 부진에 따른 성장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락이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한국에서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수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 범위를 크게 밑돌아 1%대에 머물고 있으며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0%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했다는 점이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2.2%, 2013년 1.3%를 기록했으나 GDP 디플레이터는 2012년 1.0%, 2013년 0.7%로 더 낮은 수준이었다.

GDP 디플레이터는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경제활동을 반영하는 종합적 물가지수로 소비재가격만 반영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CPI)과 일부 격차가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어 1% 미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실제로는 디플레이션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준 연구위원은 “현재 명목 정책금리가 2%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물가도 사상 최저 수준이므로 실질금리는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 “현 상황에서도 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고 좀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과 경기라는 핵심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면서 “가계부채는 별도의 위험관리를 통해 악성 채무가 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KDI의 내년 경제전망 발표가 연기된 데 대해 “담뱃값 인상에 따라 내년 물가 전망이 0.6%포인트 격차가 있고 세계경제 전망과 환율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전망 시기를 늦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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