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 단체 합법화 요구…당국 “직역간 이해관계 복잡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 필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침·뜸 관련 단체가 한의학과는 구별되는 침구업종을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해 해묵은 침구사 제도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이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2010년 7월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침구 시술행위를 못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물밑으로 가라앉은 사안이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단법인 허임기념사업회는 최근 침·뜸은 침구사가, 한약은 한약사가, 진료는 한의사가 각각 맡는 쪽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게 타당하며 침구사 제도의 부활을 요구했다. 허임사업회는 ‘침구경험방’ 등의 저술을 남긴 조선 중기 침·뜸 술의 대가 허임(1570년경~1647년경) 선생을 기리는 단체.
허임사업회측은 “침구는 역사적으로 한의학만으로 포괄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을 확보했다”면서 “한의사 이외에 침구사를 별도로 인정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전국적으로 약 30만명의 재야 침구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웰빙 바람과 함께 침·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대학에 침구 관련 대체의학 수업과정이 속속 개설돼 해마다 약 2천명의 침구사가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비의료인의 침·뜸 시술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이들 침구사는 상시 법적 처벌의 위험에 내몰려 있다고 허임사업회측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일단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지금도 한의학 과정에 8개의 전문 과정을 만들어 침·뜸을 교육하는 상황으로, 침구 교육을 강화하면 될 것이므로, 침구사를 별도의 업종으로 인정할 필요성은 적다”고 일축했다.
복지부 규제개혁추진TF도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주고, 직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침구사의 필요성과 효용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08년 9월 18일 서울시가 침·뜸 시술로 유명한 구당 김남수 옹이 뜸 진료까지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며 45일간 침구사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비의료인의 침구 시술을 놓고 논쟁이 일었다.
이 문제를 두고 공방을 거듭한 끝에 김남수 옹이 “불합리한 의료법을 적용해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면서 뜨거운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비의료인의 침구 시술행위를 막은 의료법이 위헌이라는 소송은 당시까지 다섯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년 뒤 무면허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침·뜸을 한의사만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의료법은 합헌이라며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인 면허는 국민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배타적인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무면허 의료행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침사와 구사(뜸사)를 뜻하는 침구사는 일본강점기에는 면허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1953년 한의사 제도가 신설된 이후 1962년 의료법 개정으로 침구사 자격이 폐지됐다. 이후에는 의료법 개정 이전에 침구사 면허를 취득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가 관장하는 침구사 공식 시험이나 자격제도는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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