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엔화약세 한국에 부정적…원·엔환율 주의깊게 모니터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국내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최근 심화되는 엔저와 관련해서는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현 경기상황을 “내수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세가 견고하지는 못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는 10월 양적완화를 종료할 전망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 계획에 국내 금융시장이 과잉반응하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을 발표할 텐데 그 내용에 따라서 시장이 선반응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국내 시장금리의 오름세가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공개시장 조작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채를 대량으로 사면서 자금을 푸는 공개시장 조작 방식으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한 적이 있다.
다만, 그는 “미 연준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인 수준으로 펼치면서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혹시라도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면 내외금리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낮췄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차가 줄어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며 현재의 내외금리차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는 평가도 제시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서는 “유럽 자금이 국내에 들어올 여지는 있지만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며 유로 캐리트레이드에 의한 국내 금융시장 변동 가능성은 낮게 전망했다
지난 8월 중 대거 늘어난 가계대출의 증가세에 대해서는 당장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 총재는 “8월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은행 대출이고 비은행 대출은 크게 줄었다”며 “앞으로 가계대출 흐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와 관련해서는 “소비심리가 조금 개선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기업은 구조적 문제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기업 심리의) 회복속도는 불확실성의 크기에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일부 우려와는 달리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재확인했다.
그는 “물가가 1%대로 낮은 현상이 2년여 지속됐으나 이는 농산물과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대 초반이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2% 후반”이라고 설명했다.
엔화 약세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총재는 “원·엔 환율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들이 있지만, 최근 (원·엔 환율) 상황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1년이상 장기 지속됐는데 추가 약세가 이뤄지면 한국경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엔화약세를 (제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지는 않았다”며 “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거나 가격경쟁에 나서면 한국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