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무임승차 사라질까

건강보험 무임승차 사라질까

입력 2014-09-11 00:00
업데이트 2014-09-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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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제도 단계적 축소해 폐지 절차 밟을 듯

“부담능력이 충분한데도 ‘무임승차’하는 가입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보완,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11일 민관 합동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 회의를 거쳐 건보료 부과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기본 원칙으로 내세운 대략적인 정책 방향이다. 정부는 앞으로 될 수 있는 대로 건보료 부과대상 소득을 확대하고 소득 이외의 요소(성과 연령, 자동차, 재산 등)는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왜 정부는 건보료 부과방식을 손질하려고 하는 걸까? 그만큼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건보료를 매기는 과정에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많은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소득 파악률이 낮다 보니 실제 가입자 자신의 능력이나 생활형편에 맞지 않게 누구는 더 많이 내고, 누구는 적게 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건보료를 거둘 때 곳곳에서 불평과 불만이 쏟아지는 게 현실이다.

먼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 매기는 건보료 부과 기준이 다르다.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는 근로소득에만 매긴다. 근로소득 이외의 사업·금융·연금·퇴직·기타소득 등에는 건보료를 매기지 않는다. 직장 건보료의 절반은 직장가입자 자신이, 나머지 절반은 사업자가 부담한다.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같은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과 재산, 자동차, 생활수준 등을 따져 건보료를 부과한다. 1989년 지역건강보험 제도를 시행하면서 소득자료가 별로 없어서 간접적으로 재산과 자동차, 가구원수 등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온전히 자신이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직장가입자는 직장가입자대로 ‘유리지갑’이어서 월급 100%가 건보료 부과대상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실직해 원치 않게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바뀐 지역가입자는 집과 자동차가 있다고 갑자기 건보료가 오르면서 건보료 폭탄을 맞기도 한다.

특히 현행 건보료 부과기준 중에서도 가장 큰 허점으로 꼽히는 게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제도이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 얹혀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누린다. 피부양자가 무임승차한다고 일컫는 이유이다. 이 제도는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과 자녀를 부양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피부양자로 인정받으려면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 중에서 생계를 주로 직장가입자에게 의존하는 ‘부양요건’과 보수 또는 소득이 없는 ‘소득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만 피부양자 제외 기준이 느슨하다 보니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조차 피부양자로 인정받는 일이 생기면서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올해 4월 현재 기준 피부양자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5천80만명 중에서 40.9%인 2천47만9천명에 달한다. 전체 가입자 10명 중 4명꼴이다. 2013년 12월 기준 피부양자 중에서 소득이 있는 사람은 259만5천명이다. 또 재산이 있는 사람도 484만9천명(1만원 이상~1억원 이하 327만6천명, 1억원 초과~3억원 이하 132만3천명,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18만1천명, 5억원 초과~9억원 이하 6만7천명, 9억원 초과 2명)에 이른다.

건보공단은 피부양자 제도의 문제를 인식하고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 개선하려고 애썼다.

2006년 12월 금융소득 4천만원 초과자 5천4명, 2011년 8월에 재산 9억원 초과자 1만7천599명, 2013년 8월에는 연금소득 또는 근로·기타소득 4천만원 초과자 4만1천500명 등을 피부양자에서 차례로 제외했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연금소득이 4천1만원인 사람은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면서, 연금소득 3천만원과 금융소득 2천만원이 있는 사람은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등 개인별 총 소득금액을 적용하지 않아 민원을 낳고 있다. 연간소득이 고작 1천200만원에 불과한 가입자는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연금소득 3천만원인 피부양자는 가입자보다 소득이 높은데도 피부양자로 인정받아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모순도 벌어진다. 또 미혼인 40살의 형제·자매와 배우자의 외조부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등 부양요건이 너무 복잡하다.

복지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정부안을 마련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렇지만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는 보험료 부과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장기적으로 피부양자의 범위는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길을 걷다 결국은 폐지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자격부과실 최덕근 부장은 최근 건보공단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직계존비속만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연령기준(25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 등)을 마련하는 등 피부양자 부양요건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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