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확보 못해 가입 희망자에게 다른 상품 권유도
SK브로드밴드와 KT 등 인터넷TV(IPTV) 업체들이 초고화질(UHD) 방송 서비스의 상용화 개시를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나섰으나 정작 셋톱박스 기기를 확보못해 가입자 유치에 차질을 빚고 있다.’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셋톱박스 출시일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SK브로드밴드와 KT는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1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UHD 셋톱박스를 상용화하고 처음으로 가입한 고객에게 사운드바와 유료 콘텐츠 이용권 등의 경품을 증정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이들 업체는 가입 희망자에게 셋톱박스 물량 부족을 이유로 설치까지 최대 한달이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UHD 콘텐츠가 아직 미흡하다면서 일반 IPTV 상품으로의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 상담원은 UHD 상품 가입에 대한 연합뉴스 기자의 문의에 “10월 중 설치가 가능하다”며 “우선 다른 일반 상품에 가입하면 나중에 교체해주겠다”고 말했다.
KT 상담원은 “정확한 일정을 말하기는 어려우나 물량 부족으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면서 “일단 예약을 해두면 담당 부서에서 다시 전화해 설치 날짜를 알려줄 것”이라고 답했다.
서비스 시작을 선언했지만 정작 서비스 제공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두 업체 모두 이런 상황을 인정했다. 이들 업체는 그러면서 셋톱박스 제조를 중소업체가 맡고 있어 수급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KT측은 “UHD TV 자체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아 셋톱박스 초도물량을 많이 확보하지 않았다”면서 “매일 물량이 들어오고 있어 조만간 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과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처음 상용화됐을 때는 석달씩 기다려 설치하기도 했다”면서 “계속 장비가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오히려 나중에 나온 셋톱박스가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IPTV 업체들의 이같은 서비스 차질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개시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두 업체가 제공하는 UHD 콘텐츠 역시 다큐멘터리 등 20여편에 불과하다는 점도 준비 부족을 보여주는 증거로 비판받고 있다.
한 IPTV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KT가 UHD 상용화 시기에 지나치게 집착해 생긴 촌극”이라라며 “소비자에게는 누가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한데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