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해외경제 불안에 ‘살얼음판’

韓경제, 해외경제 불안에 ‘살얼음판’

입력 2014-08-21 00:00
수정 2014-08-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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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조기 금리 인상론이 불거지는 등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경기 회복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미국이 조기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대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에 경기 회복세를 다져놓지 않으면 한국 경제 역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살얼음판 걷는 한국경제

한국 경제는 한마디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 심리까지 악화되면서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2분기 전체 산업생산은 1분기보다 0.6% 감소했다.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분을 반납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실물경제를 나타내는 광공업생산은 2분기에 0.9% 감소해 1분기 0.3% 증가분의 3배를 반납했다.

2분기 중 서비스업과 소매판매는 0.1%, 0.4%씩 감소, 내주 부진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줬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는 4월과 5월, 6월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4월과 5월에 부진했던 경기가 6월에 반짝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다.

6월 중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1% 늘어 2011년 3월(4.1%) 이후 3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3월의 0.7% 이후 3개월 만에 증가 전환이기도 하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가 ‘부진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개선세가 미약하고 수출 개선세가 견고하지 못해 4~5월의 부진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러시아·EU 등에 대외 돌발변수 ‘산재’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외 돌발변수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산재해 있다.

첫번째로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최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연준이 내년 3분기 이후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IB들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 호조를 근거로 조기 인상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기준금리 조기 인상이 현실화하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유럽 부진은 세계 경제의 엔진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유럽 경제의 실질적인 맹주인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이 -0.2%, 프랑스가 0.0%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이라크 등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중동의 불안을 심화시켜 국제유가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갈등이 ‘경제 전쟁’으로까지 번질 경우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여파가 3분기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거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 전문가 “美금리 인상전에 경기 회복해야”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에 한국이 경기 회복세를 공고히 하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불안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도 자본 유출을 막으려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금리를 올리게 되면 타격이 클 수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전에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금융 부문에는 자금이 몰려 다소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는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고 유럽도 양적완화 여지가 있어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반면에 실물 경제는 세계경제가 지역별로 서로 다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분야별로 개선세에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실물 경제가 금융시장의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 금융 부문으로 유입된 자금이 오히려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 실물 경기의 회복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올리는 것에 대비해서라도 지금 전향적으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칠 텐데, 그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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