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더블딥’ 제기…일본 ‘잃어버린 30년’ 우려 중국 경기 낙관 못해’나 홀로 성장’ 미국도 안심 못해
세계 경제가 냉각되면서 회복세에서 점점 멀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유럽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더블딥)가 불가피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일본은 성장률 후퇴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은 경착륙 우려가 완화됐지만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고 선진국들 중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인 미국도 유럽의 부진으로 안심할 수 없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경기 하락세 속에서 세계 경기마저 둔화하는 불투명한 상황을 맞고 있다.
◇유로존과 일본 등 선진국 성장률 부진
21일 관계 기관과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지난 2분기 경제 성적은 부진했다.
세계 경제에서 17% 정도를 차지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였다. 유로존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각각 0.2%의 성장세를 보여 회복 조짐을 나타냈지만 올해 2분기에 제자리걸음을 해 다시 불안의 대상이 됐다. 유로존의 우등생인 독일은 -0.6%로 뒷걸음쳤다.
더구나 유로존의 7월 물가상승률은 0.4%를 기록하며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로존이 물가는 하락하고 성장률은 떨어지는 경기 침체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일본의 2분기 실질 경제 성장률은 연율로 -6.8%(잠정)였다. 지진과 쓰나미가 덮쳤던 2011년 1분기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잃어버린 30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이라는 일시적 요인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해 3분기에 성장세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민간 소비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3분기 성장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올해 이 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유럽, 일본과 대조적으로 미국은 2분기에 4.0%(계절 조정치) 성장했다. 하지만 유럽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수출이 타격을 받아 미국의 성장률 호조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7.5%(전년 동기 대비)로 1분기의 7.4%를 웃돌았다. 경기 둔화 우려가 한풀 꺾이면서 중국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7.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소매판매 등 7월 주요 실물 지표의 증가세가 둔화됐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의 목표 달성을 낙관할 수 없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부분의 전망에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만 회복되고 나머지 국가나 지역은 부진하다”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력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 악재·변수 산재…장기 하강 경고도
세계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악재와 변수도 산재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로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로존이 ‘제로’ 성장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의 경제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고 러시아는 유럽산 식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해 유로존의 3분기 성장률이 더 후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안팎에서는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 회동 등이 예정돼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총격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사태도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등은 이라크의 만성적인 정파 간 갈등, 인접국들과의 정치 역학 관계의 복잡성 등으로 이라크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라크 반군이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이라크 사태 해결이 더 복잡해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지만 예상보다 빨리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이에 따른 신흥국 금융위기 발생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의 장기 하강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탠리 피셔 미국 연준 부의장은 최근 “전 세계의 경제 회복세가 실망스럽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가 구조적 한계로 장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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