手記→온라인→모바일…은행 통장 세대교체

手記→온라인→모바일…은행 통장 세대교체

입력 2014-07-30 00:00
수정 2014-07-3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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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종합 레저그룹인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의 1천억원대 사기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김 회장은 당시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의 전신) 혜화동지점의 김동겸 대리와 짜고 은행 서류를 조작, 1천138억원의 예금을 만들어내 이를 찾아갔다.

’명성그룹 사건’은 수기(手記) 통장의 맹점을 이용한 전형적인 금융사기 수법이었다. 통장 입출금 내역을 은행원이 직접 적어넣는 방식의 통장이 수기 통장이다.

수기 통장이 쓰이던 시절, 모든 은행의 영업점에는 고객의 통장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장(元帳)이 빼곡히 보관돼 있었다.

돈을 넣거나 빼면 창구 직원이 이를 고객 통장과 원장에 각각 적어넣고 도장을 찍었다. 명성그룹 사건에서 김 대리는 통장과 원장의 금액을 다르게 적어넣었다.

희대의 금융 사고로 기록된 이 사건을 전후해 은행권에는 ‘온라인 통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통장이 도입됐다.

전산 시스템이 도입돼 각 영업점에서 보관하던 원장이 은행의 중앙 서버에 전산으로 저장됐고, 입출금 업무는 서버를 거치는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제 고객은 전국 어느 지점을 가든 온라인 통장(종이 통장)으로 돈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전표에 출금액 등을 적고 도장을 찍은 뒤 종이 통장과 신분증을 제시하면 창구 직원은 리더기에 통장을 넣어 출금 내역을 인쇄하고 돈을 내어줬다.

인터넷 뱅킹의 도입에도 종이 통장 방식의 골격은 유지됐다. 월말·월초가 되면 ‘통장 정리’를 하려는 주부와 경리 직원들로 은행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온라인 통장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개념의 통장이 곧 출시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수기 통장 사고가 터졌던 우리은행에서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통장’ 서비스를 시작한다. 종이가 필요없는 통장으로도 불린다.

종이 통장은 사실상 용도 폐기되는 추세다. 처음 계좌를 틀 때를 제외하면 일일이 종이 통장을 들고 다니는 경우는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입출금, 예금, 적금 등 계좌가 늘수록 장롱이나 서랍에 쌓이는 종이 통장도 많아진다. 관리하기도 번거롭고, 돈을 찾으려면 장롱이나 서랍을 뒤져야 한다.

모바일 통장은 스마트폰에 앱을 깔면 된다. 수많은 계좌의 통장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

모바일 통장으로 돈을 찾으려면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은행에 가면 그만이다. 종이 통장이나 도장을 챙길 필요가 없다.

모바일 통장의 ‘스마트 출금’으로 들어가면 창구 출금과 ATM(자동화기기) 출금을 선택할 수 있다.

창구에선 창구 출금을 선택하면 인증번호(5분마다 갱신)가 뜬다. 창구 핀패드에 인증번호 6자리와 계좌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하면 곧바로 돈을 내어준다.

ATM에선 ATM 출금을 선택하고, 마찬가지 방식으로 인증번호 6자리와 계좌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하면 돈이 튀어나온다.

입출금 내역은 곧바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지된다. 동시에 모바일 통장에도 입출금 내역이 반영된다.

조회·검색 기능과 메모장·가계부 기능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10년치 거래가 모두 저장된다.

가령 부모님께 현금으로 용돈을 건넬 때 출금 내역에 ‘부모님 용돈’을 메모해 두면 나중에 간단한 검색으로 용돈을 몇 차례 얼마씩 드렸는지 파악할 수 있다.

민주홍 우리은행 스마트채널전략부장은 “온라인 통장은 아날로그, 스마트 통장은 디지털”이라며 “스마트 통장 도입으로 은행 창구 풍경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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