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영업익 8%가량 감소 전망, 원화 강세 여파 커 조선업 수익성 급감…유화·철강 계속된 고전 면치 못해
삼성전자가 8일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발 충격파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게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경기침체 여파와 원화 강세의 압박이 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제조업 대표 기업들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실적 충격이 단순히 시장에 전해지는 영향을 넘어 제조업의 구조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삼성 3분기 기대…LG·하이닉스는 나쁘지 않아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잠정실적으로 영업이익 7조2천억원, 매출액 52조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4.45% 급락한 것으로, 8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액도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부문 실적 부진과 재고 감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원화 강세의 영향 등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들며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탭S, 기어라이브 등 모바일 신제품이 나오는 3분기에는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인 데다 환율 영향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적 호전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반면, LG전자는 2분기 실적 전망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전망치로는 매출액 15조5천551억원, 영업이익 5천28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작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2.12%. 영업이익은 10.29% 증가하는 전망치다.
SK하이닉스도 2분기에 1조1천2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조원 클럽’에 남아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현대기아차, 신차 출시에도 실적 부진
자동차업계의 2분기 실적 전망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제조업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현대차의 2분기 성적표도 그다지 좋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원화 강세의 영향이 크다.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데다가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엔저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 연구소는 최근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자료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액은 4천2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2분기 자동차업계 실적이 5∼6월 국내 연휴 증가에 따른 생산 차질과 2분기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대부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은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감소한 2조1천900억원, 기아차는 29.8% 감소한 7천904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조2천900억원, 9천391억원을 밑도는 수치다.
대신증권도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이 23조900억원, 영업이익은 2조1천27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와 11.6% 각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의 경우 2분기에 LF쏘나타 등 신차 출시로 내수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원화 강세와 중국 4공장 등 해외 공장 증설이 늦어진 점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 한국 조선업, 일본에도 밀려…3위로 주저앉아
조선업계 역시 실적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해양플랜트 사업의 실적이 악화한 데다 글로벌 상선 발주도 소강상태를 보이며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국제 조선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상반기에 555만CGT(164척)를 수주, 작년보다 물량이 29.5%나 격감하며 중국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수주시장 점유율도 31.8%에서 27.1%로 감소했다.
심지어 월별 기준으로 지난달 수주실적은 일본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KB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 등 주요 5개 조선사의 2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동기보다 71.1% 감소한 2천81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수익성이 급감한데다, 현대미포조선의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매출액이 4조250억원, 영업이익은 89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5%와 30.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인건비 증가와 원화 강세, 충당금 영향으로 2분기에도 영업이익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유화업계 불황은 오래갈 듯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업체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4월 최고가 25만8천500원(2011년 4월 29일 종가기준)을 기록한 이후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0만원까지 붕괴했다. 최근 이라크 사태로 다소 회복해 1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고작 0.1%에 불과했다.
에쓰오일 역시 3년 전 17만원대(2011년 4월 29일 종가기준)를 기록했던 주가가 계속 내림세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서는 5만5천원대로 내려섰다.
종합주가지수(KOSPI) 하락폭보다 정유업계 대표주들의 주가 하락폭이 5∼6배나 크다.
정유업계의 위기는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석유사업의 실적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설비 신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우려에 중국 경기둔화와 세계경기 회복 불투명이 더해지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 상황 악화로 수출시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시장 또한 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시장개입과 새로운 경쟁업체들의 등장으로 안팎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석유사업 부진을 메워줬던 석유화학사업 또한 최근 시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어 정유업계는 현재 초비상 상태다.
◇ 포스코 실적, 예상치보다 5%가량 떨어질 듯
철강업계도 글로벌 불황의 여파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상 2분기에는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지만 글로벌 경기의 회복 속도가 느린 상황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 현상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을 기대만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포스코의 2분기 실적을 두고도 시장에서는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증권은 포스코의 2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조5천억원과 7천840억원을 나타내 시장 예상치보다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