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경영권·소수지분 ‘투트랙 매각’…이번엔 성공할까

우리銀 경영권·소수지분 ‘투트랙 매각’…이번엔 성공할까

입력 2014-06-23 00:00
업데이트 2014-06-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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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지분, 콜옵션 부여 특징…경영권 매각, 유효경쟁이 관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23일 내놓은 우리은행 매각 계획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이자 마지막 단계다.

지난 정부에서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3차례 시도해 쓴맛을 본 공자위는 이번에 시장 수요에 맞춰 새로운 방식의 매각을 시도한다. 경영권이 주어지는 지분과 재무적 투자만 가능한 소수 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투트랙(two track)’ 방식이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금융위원회에서 ‘제96차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보고받고 심의·의결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금융위원회에서 ‘제96차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보고받고 심의·의결했다.
연합뉴스
특히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소수 지분 입찰은 1주당 0.5주의 지분을 추가로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을 ‘당근’으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그러나 30%의 지분을 확보하는 경영권 매각이 이번 민영화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과연 우리은행의 새 주인을 찾아줄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교보생명의 자금조달력에 대한 의문과 특혜 시비, 내심 ‘주인 없는 민영화’를 바라는 우리은행의 반발도 풀어야 할 난제다.

◇재무적 투자, 콜옵션 눈여겨봐야

공자위는 다음 달 우리금융을 우리은행에 합치는 합병 절차에 들어가면서 경영권 지분(30%)과 소수 지분(0.5~10%)의 분리 매각을 동시에 진행하는 동시분리입찰을 시작한다.

소수 지분 입찰은 경영권 지분을 빼고 남은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지분(현 우리금융 지분) 26.97%를 쟁반에 올려놓고 재무적 투자, 즉 주식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각자 원하는 만큼 자신의 접시로 떼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매각 공고와 본입찰을 거쳐 올해 말 낙찰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입찰 방식은 매각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입찰자 순으로 각자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이다.

이번 입찰의 가장 큰 특징은 콜옵션이다. 1주당 0.5주가 유력한 콜옵션은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우 ‘달콤한 조건’이 될 것으로 공자위는 기대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옵션을 행사해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추가 매입해 차익을 거둘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 콜옵션은 통상적으로 만기 때만 행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콜옵션은 행사기간(3년) 안에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으며, 0.1% 이상씩 나눠서 행사할 수도 있다.

다만, 콜옵션으로 사들인 주식 매도가 몰리면 주가가 하락해 기존 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낙찰 직후 3~6개월에는 행사할 수 없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게 10%의 소수 지분 상한선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4%)다. 콜옵션 행사로 1.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실제 입찰은 콜옵션 행사를 고려한 규모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우리은행에 재무적 투자를 하는 A 기관의 경우 최대 6.66%를 투자하고, 나중에 우리은행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경우 콜옵션을 1.11%씩 3차례로 나눠 추가 3.33%의 지분을 매입, 총 1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비금융주력자 B 기관은 우리은행 지분을 4%까지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넘길 경우 초과분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4% 확보를 노린다면 역시 콜옵션을 고려해 2.66%만 입찰하면 된다.

원하는 투자 물량을 여러 건으로 쪼개 각기 다른 가격으로 입찰할 수도 있다. 가령 지분 3%를 사들이려 한다면 1%는 750억원, 1%는 800억원, 1%는 850억원을 적어내는 식이다. 공자위는 이런 제시 가격(bidding)을 취합해 가격이 높은 순서로 팔고, 같은 가격이면 매입 물량이 많은 순서로 판다.

여러 재무적 투자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컨소시엄은 하나의 입찰자로 간주돼 컨소시엄 구성원의 입찰 지분을 합쳐 10%를 넘을 수 없다.

◇교보 “30% 사겠다”…유효경쟁은 미지수

재무적 투자자를 상대로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우리은행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분 30% 매각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이번 매각은 ‘팥소 없는 찐빵’이 된다. 단순히 과거 여러 차례 이뤄진 ‘블록딜(주식 대량 분산매각)’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경영권 매각은 소수 지분 매각보다 조금 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소수 지분 매각과 함께 오는 9월 매각 공고가 이뤄지고 예비입찰(10~11월), 본입찰(내년 1~2월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새 주인이 정해진다.

현재 시장에선 교보생명이 유일한 경영권 도전자로 꼽힌다.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고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교보생명도 공개적으로 우리은행 입찰에 관심을 보여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권 입찰에 나설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동원 가능한 금액이 제한적이라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등이 교보생명의 경영권 입찰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교보생명은 자기자본의 60% 또는 자산의 3% 가운데 적은 금액만 자력으로 댈 수 있다. 계열사에 들어간 자금까지 포함하면 1조3천억원대다. 우리은행 지분 30%의 시가 약 2조5천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30% 매각에 따르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3조원은 돼야 한다.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한 것이다.

교보생명의 자금 동원보다 더 큰 문제는 유효경쟁의 성립 여부다.

경영권 매각은 일반 경쟁입찰로, 국가계약법에 따라 2곳 이상의 입찰자가 나와 경쟁입찰이 성립해야 한다.

현재로선 교보생명 외에 잠재적 후보군에 거론되는 곳조차 거의 없다. MBK파트너스 등 일부 사모펀드의 참여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은행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들러리’에 불과한 입찰 참여자를 내세웠다가는 교보생명에 대한 특혜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 부실장은 “보험과 은행은 위험 전이 속도가 빠르고 시너지 효과도 의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보험이 쪼개지는 추세인데, 교보의 행보는 글로벌 추세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주인 없는 민영화’를 바라는 우리은행 노동조합 등의 반대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노조 문제는 외환은행 매각 때처럼 두고두고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세계 유수 은행들의 지배구조도 대부분 주인 없는 과점 주주 형태가 많다”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려고 30% 지분의 ‘통매각’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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