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생활한 대기업 오너의 거액 연봉에 ‘눈총’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기업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자 샐러리맨들 상당수는 박탈감을 감추지 못했다.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액수가 공개되고 나니 아등바등 벌어도 1억원을 넘기기 어려운 자신의 연봉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회사원인 김은정(31·여)씨는 31일 “대기업 회장과 사장이 얼마나 받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막상 공개된 연봉을 보니 위화감이 느껴진다”며 “소득 격차가 너무 커서 열심히 일해 임원 돼야지 하는 마음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일할 의욕이 꺾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이모씨는 “몇십 억이라니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아서 감이 안 온다”며 “일반 직장인은 로또를 몇 번 당첨돼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인데 연봉으로 받는다니 금액이 너무 차이가 박탈감조차 느끼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비리가 드러나 수감 생활을 했던 일부 대기업 오너가 거액의 연봉을 챙긴 데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30대 중반의 대기업 직원 조모씨는 “동료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내내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이야기만 했다”면서 “대기업 회장이라도 일한 만큼 받아야지 국민들 눈도 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대학교 교직원인 강모(41)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 임원과 직원이 같은 급여를 받을 수는 없지만, 전문경영인도 아니고 회사에 별다른 기여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일반 직장인이 평생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거액의 돈을 연봉으로 챙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반면 연봉 액수가 많지만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수긍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권기문(27)씨는 “액수가 워낙 커 남의 얘기 같지만 그만큼 노력을 했기에 고액연봉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며 “자기가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임원 연봉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투명한 경영활동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중소기업 직원인 민모(31)씨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당분간 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대기업 임원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경영활동을 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연봉 공개가 사회적 위화감 조성 등 부정적 영향을 줄 것 같지만 이는 단기적 현상”이라며 “박지성 선수나 유명 탤런트가 고액 연봉을 받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은 그만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 대기업들이 수조원대의 이익을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자들이 그만한 연봉을 받는 것도 점차 납득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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