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대 사기대출 “네 탓” 공방

2800억대 사기대출 “네 탓” 공방

입력 2014-02-08 00:00
수정 2014-02-08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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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 책임 등 법정소송 조짐

2800억원대의 사기대출 사건을 둘러싸고 돈을 내어 준 은행과 지급보증을 선 증권사, KT ENS의 3자 책임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은행은 KT ENS와 증권사에 배상과 지급보증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상대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출을 해준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8곳은 정확한 피해규모가 확인된 이후 배상 책임을 묻는 법정 소송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은행권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국민·농협은행은 2008년부터 올해 초까지 KT ENS와 이 회사의 협력업체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100여 차례 걸쳐 2100억원대의 대출을 해줬다. 하나은행의 대출 잔액이 1624억원으로 가장 많다. BS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8곳이 해준 대출 금액까지 합치면 2800억원대에 이른다.

은행들은 “대출 서류에 KT ENS 측의 인감이 찍혀 있고 세금신고서와 물품 발주서 등 서류를 근거로 한 정상 대출”이라고 강조했다. 대출에 대해 증권사 등에 지급보증을 해놨기 때문에 금전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 자체가 KT ENS의 보증에 의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회사 측이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경찰 수사로 정확한 피해 규모가 나온 뒤 KT ENS 측과 지급보증을 선 증권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 ENS 측은 “대출 사기 사건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은행 측이 담보로 삼은 매출채권을 직접 발행하거나 인감 사용을 승인해 준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KT ENS 관계자는 “대출 과정에서 이용된 종이 세금계산서는 2011년 이후 법인 간 거래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 금융권과 대출약정을 맺거나 인감을 승인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사건의 주체는 납품업체가 설립한 SPC”라고 주장했다.

은행에 지급보증을 선 증권사도 보증 의무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위조된 대출담보다. 하나은행에 각각 275억원과 100억원의 지급보증을 맡은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담보로 내건 매출채권 등 서류가 위조된 것이기 때문에 지급보증을 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담보 자체가 가짜로 확인돼 보증 의무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한수의 김영훈 변호사는 “민법상 보증채무의 부종성(附從性)에 따라 채권이 소멸하거나 거짓인 경우 보증인의 보증채무는 사라진다”면서도 “채권에 찍힌 인감이 도용된 것인지, 위조된 것인지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해준 은행들끼리도 책임을 묻고 있다. 국민은행이 “농협은행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담보로 대출해 (우리 측) 손실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자 농협은행 측은 “국민은행 측에 발행한 수익권증서에 ‘신탁원본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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