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구글, 10년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의미와 전망
“뭐가 나올지 몰라 무섭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소식에 27일 업계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양사의 빅 이벤트를 두고 ‘제2의 윈텔동맹’으로 부르기도 한다. 윈텔동맹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전략적 제휴를 일컫는 말로, 이 동맹으로 양사는 1990년대 이후 20년 넘게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세기의 특허전쟁으로 삼성전자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애플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두 회사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거함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10년간 어떤 특허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즉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경쟁사들을 압박하고 있다.양사의 화학적 결합이 스마트폰 이외의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캐시카우(주수익원)인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삼성전자는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기술인 ‘스마트홈’ 개발에 뛰어들었고 올 상반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구글 역시 지난 13일 실내온도조절기를 제작한 스마트홈 업체인 네스트랩스를 32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스마트홈 업체인 네스트와 전자거래 업체인 채널 인텔리전스, 소셜웹 분석 업체인 포스트랭크, 로봇 기술 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도 최근 손에 넣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맹은 시너지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기술개발이나 제품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되는 특허소송 부담을 덜었다는 점도 큰 수익이다. 현재 10만여건의 특허권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추가로 5만건의 구글 특허권을 갖게 돼 애플을 비롯한 경쟁업체 및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소송 남발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IT 업체 ‘최상위 포식자’인 구글이 삼성을 파트너로 인정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특허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0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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