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만명 국민연금 가입자로 ‘부활’…노령연금과 겹치면 유족연금 30% 지급
10년동안 직장에서 일하다 육아를 위해 퇴직한 주부 A씨는 사고로 장애인이 됐지만, 직장생활 기간과 같은 10년 국민연금 가입이력과 상관없이 지금까지 장애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상 혼인과 함께 A씨는 국민연금 관리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르면 내년부터는 A씨와 같은 상황에서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도 한 달 수 십만원의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더 많은 국민이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 적용제외’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오는 3월 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18세이상 60세까지 국민은 일단 모두 국민연금 의무 가입 대상이지만, 학생이나 국민연금 가입자의 무소득 배우자 등은 ‘임의 가입’을 선택하지 않는 한 다른 공적연금 가입자와 함께 ‘적용제외자’로 분류돼 사실상 국민연금 제도 밖에 있었다. 의무 가입 대상 가운데 일시적으로 소득이 파악되지 않아 연금보험료 납부가 유예된 ‘납부 예외자’는 그나마 가입자 신분이 유지되지만, 적용 제외자는 아예 국민연금 가입자로 인정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전업주부 등 현재 소득이 없는 기혼자들 중에서도 과거 직장 등을 다니며 납부 경력이 있는 사람이 464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들은 규정상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가 아니기 때문에, 장애·유족연금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미혼 상태인 납부경력 무소득자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과거 연금 보험료를 내다가 지금은 소득이 없어 미납 상태라도 ‘납부예외자’로서 장애·유족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처럼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냈음에도 결혼 후 소득 활동이 없어 ‘적용제외자’로 분류된 사람들을 모두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로 부활시켜 장애가 있다면 본인에게 장애연금을, 사망한 경우 가족 등에게 유족연금을 주도록 했다.
더구나 가입자 신분이 되살아나면서, 소득활동 당시 10년의 노령연금 수령 조건을 채우지 못한 주부 등이 추가 납부를 통해 10년을 채울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복지부는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따라 연간 6천명 정도에게 100억~200억원의 장애 또는 유족연금이 추가 지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의 평균 월 지급액은 각 42만원, 24만원 정도이다.
현재 20%인 유족연금 중복 지급률도 30%로 높였다. 노령 또는 장애연금을 받는 가입자가 유족연금까지 받게 되는 경우, 지금은 원래 기대할 수 있는 유족연금 전액의 20%만 줬지만 앞으로는 30%를 지급한다는 얘기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 유족연금으로 월 37만5천280원을 받던 B씨가 내년 3월부터 월 29만9천80원의 본인 노령연금까지 타게 되면 기존 제도에서는 노령연금을 포기하고 유족연금을 선택하는 게 이익이다. 노령연금을 택하면 29만9천80원에 유족연금 의 20%인 7만5천56원을 더해 총 수령액이 37만4천163원인데 비해 유족연금(37만5천280원)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로 유족연금 중복지급률이 높아진 뒤 노령연금(29만9천80원)을 선택해 유족연금의 30%(11만2천580원)를 추가로 받으면 총 연금액(41만2천460원)이 결과적으로 3만7천180원(41만2천460원-37만5천280원) 늘어나게 된다.
출산과 군복무 등의 경우에 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크레디트’ 제도도 해당 가입자들이 보다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지금처럼 61세 이상 노령연금 수령 시점에 크레디트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 또는 군복무 시점에 곧바로 적용해 가입기간 연장 사실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출산 크레디트 제도는 연금 가입자가 2008년 이후 둘째이상 자녀를 출산한 경우, 출산 자녀 수에 따라 1년~50개월을 연금 가입기간에 덧붙여주는 것이다. 병역의무를 6개월이상 수행해도 6개월의 가입 기간을 추가로 산정한다.
반환일시금과 분할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도 늘렸다. 반환일시금은 10년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한 가입자가 60세에 본인이 낸 보험료와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 것이고, 분할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이혼했을 때 배우자가 받는 노령연금 수령액의 절반을 말한다.
지금까지 반환일시금과 분할연금의 소멸 시효는 각 5년, 3년으로 이 기간 안에 청구해야했지만 앞으로는 10년, 5년안에만 신청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
또 이혼으로 분할연금을 받던 가입자가 다시 종전 배우자와 재결합하면 신청 여부에 따라 온전한 1명의 노령연금으로 합쳐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연금이 없는 배우자에 대한 연 24만원의 부양가족 연금까지 덧붙여진다.
아울러 전년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 국민연금 수령액을 인상하는 시점도 매년 4월에서 1월로 앞당겼다. 이 같은 조정으로 국민연금 수급자 1명당 연간 2만2천원 정도 수령액이 늘어난다는 게 복지부의 분석이다.
정준섭 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이번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국민연금 체제가 기존 ‘1가구 1연금’에서 ‘(소득) 1인 1연금’으로 바뀌면 특히 경력 단절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의 국민연금 수급권이 보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