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개인회생 신청의 40% 차지…병원폐업도 급증

의사, 개인회생 신청의 40% 차지…병원폐업도 급증

입력 2014-01-19 00:00
수정 2014-01-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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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동네병원 적자규모 2배…은행들, 병원 대출심사 엄격히

빚더미에 올라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의사와 한의사가 늘고 있다.

문을 닫은 병원은 3년 새 20~30% 급증했다. ‘VIP(우량고객)’로 대접받던 의사 직군에 대한 은행 대출도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을 찾은 민원인들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개인채무회생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을 찾은 민원인들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개인채무회생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다.


1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담당 지역(인천·수원·춘천을 제외한 수도권·강원도)의 개인회생 신청은 지난 5년간 1천145건으로 집계됐다.

직업별 개인회생 신청자는 의사가 207건으로 2위, 한의사가 130명으로 4위, 치과의사가 112명으로 5위다. 1위와 3위는 회사 대표(225명)와 개인사업자(157명)다.

의사·한의사·치과의사를 합치면 449명으로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의 39.2%에 이른다.

박병원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은 “개인파산·회생의 태반이 의료 서비스, 즉 의사 직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병원도 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입이 줄고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병원을 비롯한 전체 요양기관의 폐업은 2012년 5천583개로, 2009년 4천652개보다 931개(20.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이른바 ‘동네 병원’인 의원·치과의원·한의원 폐업이 2천857개에서 3천359개로 502개(17.6%) 늘었다. 특히 치과의원의 폐업 증가율은 32.8%에 달했다.

일반의원의 폐업을 지역별로 보면 울산이 14개에서 40개로 약 3배가 됐고, 서울이 399개에서 496개로 97개(24.3%) 증가해 그다음이다.

일반의원의 경우 원장이 연평균 1억3천만원을 벌지만, 병원 경영에선 한 해 2천만원 넘는 적자를 내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희대 김양균 교수(경영학 의료경영 전공)는 2012년 연구보고서에서 177개 의원의 급여·비급여 수입과 인건비·재료비·관리비 등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 의원의 평균 적자는 2010년 1천290만원에서 2012년 2천460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원장 수입은 1억2천700만원에서 1억3천100만원으로 400만원(3.1%) 늘었다.

의사를 ‘대출 1순위’로 쳐주던 은행들도 병·의원의 재정 악화와 파산 위험을 반영해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연체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대출해주지 않는다”며 “지난해부터 의사 자격증 진위도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경영난과 폐업·파산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낮은 진료비와 경쟁 격화 때문이라는 시각과, 의사는 여전히 ‘잘 나가는’ 직업이라는 견해가 맞선다.

송형곤 의사협회 대변인은 “한정된 환자를 놓고 종합병원과 1·2차 의료기관이 무한 경쟁을 한다”며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낮은 수가 문제도 크다”고 주장했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가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 수요가 많은 곳은 괜찮고, 그렇지 않은 곳은 어려워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균 교수는 “의사가 25년 전에는 매년 600명 정도 배출됐는데, 이제는 매년 3천명씩 나온다”며 “최근 경제 상황이 나빠 환자도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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