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전문성’ 선택…‘권오준 체제’ 험로 예고

포스코 ‘전문성’ 선택…‘권오준 체제’ 험로 예고

입력 2014-01-16 00:00
수정 2014-01-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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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경기 침체 극복, 사업구조 개편…성장엔진 육성 과제

포스코 이사회는 외부 수혈에 의한 혁신보다는 전문성과 연속성을 선택했다.

포스코가 16일 차기 회장으로 권오준 사장을 내부 발탁한 것은 세계 철강경기 침체 속에서 포스코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CEO 추천위를 구성한 지 하루 만에 차기 회장 단독후보를 결정한 것은 후보들 간의 경쟁 과열을 막고 CEO 선임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조기에 걷어내 조직 안정을 꾀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내부에서도 정준양 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처럼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기술 전문가가 차기 회장으로 승진하는 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산규모(공기업 제외) 기준 재계 6위인 포스코(46개 계열사 포함)를 이끌고 가야 하는 권 회장 내정자의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업종인 철강산업의 경기 부진이 문제다. 세계 철강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허덕이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성장세는 2012년부터 한풀 꺾였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감소세다. 2010년 11.6%에 달한 영업이익률은 2012년 5.7%, 2013년(1∼3분기) 5.0%로 뚝 떨어졌다.

권 회장 내정자에게는 기술 혁신과 신제품 개발로 경쟁력을 키워 거센 파도를 넘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포스코를 세계적 종합에너지 그룹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짐을 어깨에 지게 됐다.

포스코 이사회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그를 적임자로 판단했다. 이영선 이사회 의장은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으로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기술을 개발해 성장 엔진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장은 또한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 재무 건전성 강화, 그룹 가치 제고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권 회장 내정자는 서울대 금속학과와 미국 피츠버그대(공학박사)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포스코맨’으로서 쌓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포스코의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을 거쳐 기술 부분을 총괄하며 포스코가 보유한 세계 최고 또는 독점적인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재분야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유럽사무소장 등을 지내면서 해외 철강사와 네트워크도 구축했다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그는 철강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포스코는 철강업만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무역, 에너지, 화학, 소재 등 유관업종에도 투자를 확대해왔다. 포스코 전체 매출액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3분기 54.7%로 낮아진 상태다.

포스코는 철강, 소재, 에너지를 3대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세계 10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2년 전에 이미 세웠다. 포스코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2012년 매출액 기준) 가운데 167위를 기록하고 있다.

권 회장 내정자가 기술 부문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이지만 기획, 재무, 전략 등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열사를 포함해 3만7천여명의 임직원을 이끌며 포스코를 재편하려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되기 전까지 자신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사와 조직 개편을 구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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