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구체적 경제 비전 ‘474’ 제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박 대통령이 이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들면서 경제 비전을 제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747(연평균 7% 성장·소득 4만달러 달성·선진 7개국 진입)’을 밀어붙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구체적인 목표 수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왔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발표한 목표는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로 요약된다.
박 대통령 집권 1년차인 지난해 경제 회복의 실마리를 마련한 만큼, 2년차인 올해부터는 공공부문 개혁·창조경제 본격화·내수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본격적으로 경제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세가지 목표 중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연평균 7%대에서 2000년대 4%대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3%대 후반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성장 엔진이 서서히 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지금 재도약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4%’가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만 이를 이루려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6∼3.8% 가량인 잠재성장률을 4% 정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 노동력 투입과 자본재 투입 이상으로 기술 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 등 창조경제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이상 생산요소 투입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등 혁신형 경제로 전환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도 “잠재성장률 제고는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업종에 대한 규제 개혁, 자율화 등이 얼마나 강도 있게 추진되느냐에 달렸다”며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의 경제 체제 개편을 강조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잠재성장률 4% 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사회자본 투자와 분배구조 개선 등을 꼽았다.
강 교수는 “SOC 투자 중심의 재정 기조를 계속 유지해서는 4%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며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사회자본 투자 강화와 사회 안전망 확충, 분배 구조 개선을 통한 내수 확충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률 70%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는 잠재성장률 4% 달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제정책을 통해 3년 정도 노력하면 잠재성장률이 4%로 올라가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고용률 70%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는 3년 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만4천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올라가려면 경제성장뿐 아니라 환율 문제도 중요한데 당분간은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3년동안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1년에 일자리가 60만개씩 늘어나야 하는데, 노사 관계의 방향이 극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는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오늘 대통령이 밝힌 계획들이 제대로 받쳐주면 ‘4%’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지만, ‘4만달러’는 정치적인 용어로 볼 수 있다”며 가능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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