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빈자리 채울 코리보 활성화 겨냥…효과는 미지수
정부가 20일 콜시장에서 제2금융권의 참여를 배제하기로 한 것은 현재 단기자금시장이 콜시장에 치우쳐 있어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증권사가 콜시장에서 대규모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영업자금으로 활용하다보니 시스템리스크로 작용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기업어음(CP) 등 다른 단기자금 시장 성장에도 장애물이 된다는 분석이다.
단기지표금리의 역할을 잃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점차 코리보(KORIBOR)로 대체된다. 다만 파생상품 시장이나 은행 대출 등 금융거래에서 코리보가 CD금리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콜 자금을 장기영업에 활용하는 관행 ‘졸업’해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제2금융권의 콜시장 배제는 단기금융시장의 구조적 위험성(시스템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책이다.
국내 단기자금시장은 콜과 RP·CD·CP 등으로 구성되는데 일평균 단기자금 거래·발행액 47조8천억원 가운데 콜이 29조9천억원을 차지할만큼 그 비중이 크다.
이런 콜시장은 본래 신용도가 높은 은행간 무담보 대차시장이지만 한국에서는 비은행 금융사가 참여해 낮은 금리로 영업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 돼버렸다.
이런 구조가 RP 등 다른 단기금융시장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데다 다양한 상품과 만기가 부족해 효율적인 금리체계가 형성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콜시장에서 단기자금을 손쉽게 조달해 장기영업자금으로 활용하는 증권사의 콜차입이 지속될 경우, 콜시장에서의 예상치 못한 신용경색이 생기면 시스템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시 자산운용사 펀드환매가 콜론공급 규모 축소→콜시장에 의존하던 증권사의 차환위기→시장경색→한은의 긴급 유동성공급 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
정부는 이 때문에 2014년부터 증권사의 콜시장 참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안을 2011년 내놨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를 2015년부터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콜시장에서 하루짜리 자금을 얻어 영업자금으로 쓰는 것은 쉐도우뱅킹이다”라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이는 우리가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관행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현재 자기자본의 25% 이내인 증권사의 콜차입 한도를 15%로 낮추고 자산운용사의 콜론시장 참여도 총자산의 1.5%로 규제해 ‘연착륙’을 시도하기로 했다.
자금조달 창구가 줄어들게 되면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조달비용은 다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콜시장 참여가 제한되는 증권회사는 CP 발행이나 기관간 RP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텐데 하루짜리 콜로 조달하는 것보다는 다소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은행 금융사 중 소규모 회사들이 심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 외에 캐피탈사 등 다른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콜시장 의존도가 크지 않다”며 “소규모 증권사 가운데서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리보, CD금리 대체 가능할까
콜시장 재편과 함께 단기지표금리도 CD에서 코리보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2009년 예대율(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규제가 시행된 이후 은행권이 예수금으로 간주되지 않는 CD 발행을 줄이면서 단기지표금리로써의 CD의 위상도 함께 추락했다.
지난해에는 CD금리 담합 논란이 일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에도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CD금리의 유효성을 높이고자 은행권이 월평균 2조원 규모의 CD 발행 잔액을 유지하도록 하고 단기코픽스 금리를 만든데 이어 올해는 코리보 활성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코리보는 국내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외은지점 등 14개 은행이 제시하는 기간별 금리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단기 기준금리다. 지난해 CD금리 담합 논란이 일면서 단기코픽스, RP와 함께 CD금리를 대체할 단기 지표금리로 언급돼왔다.
금융위는 우선 코리보 금리제시 은행이 준수해야 할 원칙을 마련하고 은행연합회 안에 있는 금리제시 기관을 지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CD금리 연동대출 잔액이 적지 않은 만큼 은행권의 CD발행은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CD금리 공시 중단 여부는 코리보 활성화 추이를 봐가며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리보 활성화 방안이 빛을 발할지 의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지난해 조작 파동에 휩싸였던 리보(LIBOR)금리처럼 코리보 역시 호가다. 실제 거래되는 금리가 아니라 은행들이 ‘부르는’ 금리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단기자금시장에서 신뢰성이 높지 않아 CD금리를 대신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는 올해 6월 말 금리스와프 체결액 4천927조원 가운데 80% 이상이 CD금리를 바탕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의 CD금리 연동대출은 물론 수천조원에 달하는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만기가 길게는 10년인 CD금리 상품들이 아직 남아있다.
김용범 국장은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인센티브 등을 고민하겠다”며 “금리는 정부의 결정으로 바로 중단되거나 대체될 수 없는 것이므로 앞으로도 활성화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