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문정훈·경희대 정재석 교수 등 시음실험 논문맥주 선호도 맛 자체보다 브랜드·마케팅 영향 커
국산 맥주의 맛이 떨어진다는 논란 속에 수입맥주 선호 현상이 확산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맥주 선호도는 맛 자체보다는 브랜드나 마케팅의 영향을 더 받는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서울대 문정훈 교수(식품비즈니스학)·경희대 정재석 교수(국제마케팅) 등은 최근 마케팅관련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국내 맥주 맛 논란:관능적 품질의 문제인가 브랜드 품질의 문제인가?’ 제하 논문에서 이런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국내산 라거 맥주 3종과 수입 라거 맥주 2종(유럽 맥주·일본 맥주 각각 1종)을 골라 2개 소비자그룹을 대상으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선호도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112명)에게는 상표를 가리고 맛을 보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에 이어 상표를 노출한 상태에서 맛을 보는 ‘브랜드 테스트(Brand test)를 잇따라 진행했다.
두 번째 그룹(114명)은 블라인드 테스트 이후 실제 내용물과 상표를 다르게 매칭하는 ‘페이크 브랜드 테스트(Fake brand test)’를 통해 선호도 변화를 관찰했다.
두 차례의 실험에 참가한 226명 가운데 상표를 가린 상태에서 국내 맥주를 선호한다고 밝힌 참가자는 160명(70.8%)이었고, 외국 맥주를 선호한다는 참가자는 66명(29.2%)에 불과했다.
그러나 브랜드를 부착한 상태에서 테스트한 결과는 크게 달랐다. 수입 맥주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119명으로 국산 맥주를 선호한다는 응답자(107명) 수를 웃돈 것이다.
실제 제품 브랜드를 부착한 경우(참가인원 112명) 국산 맥주를 선호한다는 참가자 비율은 66.1%(74명)였고, 수입 맥주 선호 비율은 33.9%(33명)로 상표를 가린 상태의 실험 때보다 수입맥주 선호 비율이 높아졌다.
특히 가짜 브랜드를 부착한 경우(참가인원 114명)에는 수입맥주 선호 비율이 71.0%(81명), 국산 선호비율이 29.0%(33명)로 선호비율이 역전되는 현상마저 보였다.
브랜드를 가린 상태에서는 국산 맥주, 상표를 드러낸 실험에서는 외국 맥주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가장 싫어하는 맥주(비선호)를 고른 비율도 관심을 끈다.
상표를 가린 상태에서는 112명의 참가자 가운데 수입맥주 비선호 비율이 64.3%(72명), 국산맥주는 비선호 비율은 35.7%(40명)였다. 반면 상표를 드러낸 상태에서는 국산과 수입맥주 비선호 비율이 각각 50%(56명)였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맥주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은 선호도를 보인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맛과는 별개의 요소가 맥주 선호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론은 국내 맥주가 수입산보다 맛이 없다는 논란에 의문을 제기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마케팅적 요인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연구를 주도한 문정훈 교수는 “국내 맥주 시장이 과점 체제인 데다 라거 맥주 일변도여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산 맥주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휴대전화나 TV 등 전자제품의 경우 우리 상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자부심이 있는 반면 식품의 경우 유독 자기비하가 심한데 우리 식품도 세계 어느나라 식품과 견주어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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