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불거진 ‘피동촉매형 수소제거장치’(PAR) 재시험 결과 조작 의혹은 지난 5월 확인된 새한티이피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의 연장선에 있다.
당초 새한티이피가 수행한 시험 결과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자 재시험을 시행했는데 이마저 조작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검증기관이 민간기관인 새한티이피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 검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 바뀌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수소제거장치는 말 그대로 원자로 내에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해 원전 폭발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원전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이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가 터빈 발전기를 구동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냉각재를 잘 순환시켜 원자로의 열을 식혀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천재지변으로 전기 공급이 끊겨 냉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원자로가 가열되고 수소가 대량 발생해 결국 원전 폭발로 이어진다. 2011년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도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원전 당국은 이 사고를 계기로 전기 공급이 끊기는 비상 상황에서도 수소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는 ‘피동촉매형 수소제거장치’를 도입했고 현재 국내 23기 원전 가운데 18기에 이미 설치를 한 상태다.
이번에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수소제거장치의 냉각재 상실사고(LOCA) 시험이다. 즉, 냉각기가 고장 난 상황을 가정해 수소제거장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지를 따져본 것이다.
애초 이 기기를 공급하는 S사가 산업기술시험원에 재검증을 의뢰했고 산업기술시험원은 9개 시험 항목 가운데 8개는 직접 시행하고 가장 까다롭고 민감한 LOCA 시험은 한국기계연구원에 용역을 줬다.
기계연구원은 시험설비에 수소공급을 하는 과정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자 급히 수소공급을 중단한 뒤 나머지 시험을 속행했다. 하지만 시험 조건이 완전히 바뀐 상황이어서 애초 계획한 성능 시험을 충실히 진행할 수 없었다.
기계연구원 측도 이런 점을 참작해 보고서에 ‘성능 부적합’ 의견을 명시했다. 사실상 재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산업기술시험원 측은 자체 보고서 요약본에 이를 누락하고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적합’, ‘허용기준 만족’이라고 써넣었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자체 보고서 외에 시험 전 과정을 감독한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별도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시험의 유효성을 확인해 원전 최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이를 보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역시 ‘수소 폭발’이 ‘수소 연소’라는 단어로 순화된 것은 물론 ‘기기 규격 요건에 따라 환경시험을 수행했으며 PAR의 외관 변경 또는 손상이 없었다’는 조작된 내용이 담겼다. 기계연구원의 본 보고서에는 있지도 않은 결론 부분이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이지 시험 전 과정을 목격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보고서를 그대로 채택해 원안위에 보고했고, 원안위는 이를 토대로 지난 8월 수소제거장치 재시험 결과 ‘성능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물론 지난 10일 ‘원전 비리 근절 방안’과 관련한 정부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이 부분은 누락됐다.
산업기술시험원의 시험성적서 조작 행위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묵인·방조했다는 의혹과 함께 원안위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성급하게 시험 결과를 대외에 공표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기기의 성능 자체가 적합한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험성적서가 사실대로 작성되는 것”이라며 “이번 일은 정부기관이 원하는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해 정직성을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측은 기기 성능에는 문제가 없고 단지 표현만 달리했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원전에 대한 신뢰는 작은 것을 고치고 숨기는 것에서 깨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당초 새한티이피가 수행한 시험 결과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자 재시험을 시행했는데 이마저 조작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검증기관이 민간기관인 새한티이피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 검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으로 바뀌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수소제거장치는 말 그대로 원자로 내에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해 원전 폭발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원전은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이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가 터빈 발전기를 구동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이 때문에 냉각재를 잘 순환시켜 원자로의 열을 식혀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천재지변으로 전기 공급이 끊겨 냉각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원자로가 가열되고 수소가 대량 발생해 결국 원전 폭발로 이어진다. 2011년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도 바로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원전 당국은 이 사고를 계기로 전기 공급이 끊기는 비상 상황에서도 수소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는 ‘피동촉매형 수소제거장치’를 도입했고 현재 국내 23기 원전 가운데 18기에 이미 설치를 한 상태다.
이번에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수소제거장치의 냉각재 상실사고(LOCA) 시험이다. 즉, 냉각기가 고장 난 상황을 가정해 수소제거장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지를 따져본 것이다.
애초 이 기기를 공급하는 S사가 산업기술시험원에 재검증을 의뢰했고 산업기술시험원은 9개 시험 항목 가운데 8개는 직접 시행하고 가장 까다롭고 민감한 LOCA 시험은 한국기계연구원에 용역을 줬다.
기계연구원은 시험설비에 수소공급을 하는 과정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자 급히 수소공급을 중단한 뒤 나머지 시험을 속행했다. 하지만 시험 조건이 완전히 바뀐 상황이어서 애초 계획한 성능 시험을 충실히 진행할 수 없었다.
기계연구원 측도 이런 점을 참작해 보고서에 ‘성능 부적합’ 의견을 명시했다. 사실상 재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산업기술시험원 측은 자체 보고서 요약본에 이를 누락하고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적합’, ‘허용기준 만족’이라고 써넣었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자체 보고서 외에 시험 전 과정을 감독한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별도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시험의 유효성을 확인해 원전 최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이를 보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역시 ‘수소 폭발’이 ‘수소 연소’라는 단어로 순화된 것은 물론 ‘기기 규격 요건에 따라 환경시험을 수행했으며 PAR의 외관 변경 또는 손상이 없었다’는 조작된 내용이 담겼다. 기계연구원의 본 보고서에는 있지도 않은 결론 부분이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이지 시험 전 과정을 목격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 보고서를 그대로 채택해 원안위에 보고했고, 원안위는 이를 토대로 지난 8월 수소제거장치 재시험 결과 ‘성능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물론 지난 10일 ‘원전 비리 근절 방안’과 관련한 정부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이 부분은 누락됐다.
산업기술시험원의 시험성적서 조작 행위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묵인·방조했다는 의혹과 함께 원안위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성급하게 시험 결과를 대외에 공표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기기의 성능 자체가 적합한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험성적서가 사실대로 작성되는 것”이라며 “이번 일은 정부기관이 원하는 실험 결과를 얻기 위해 정직성을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측은 기기 성능에는 문제가 없고 단지 표현만 달리했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원전에 대한 신뢰는 작은 것을 고치고 숨기는 것에서 깨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