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산하 시험기관·원전 규제기관 조직적 가담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원전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피동촉매형 수소제거장치(PAR)의 성능 재시험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이 시험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주관하고 원전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참관 속에 이뤄졌다.
지난 5월 새한티이피 등 민간 검증기관의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에 이어 이번에는 공공 검증기관까지 시험성적서 조작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동촉매형 수소제거장치(PAR)는 천재지변으로 원자로에 공급되는 전기가 끊겨 냉각기가 제기능을 못하는 냉각재 상실사고(LOCA)가 발생할 경우 원자로 내부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수소를 제거해 폭발사고를 막는 장치다.
2011년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국내 23개 원전 가운데 18개에 설치됐고 차례로 모든 원전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우윤근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7월말 산업기술시험원의 용역을 받아 PAR의 냉각재 상실사고(LOCA) 재시험을 시행했다.
이는 지난 5월 새한티이피가 같은 기기에 대한 LOCA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기기 성능을 다시 한번 검증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험설비에 수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수소가 폭발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자 기계연구원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수소 주입을 중단한 상태에서 나머지 시험을 진행한 뒤 보고서에 ‘부적합’ 의견을 명시했다.
하지만 산업기술시험원은 자체 보고서에 수소 폭발 사실을 누락하고 ‘적합’, ‘허용기준 만족’으로 바꿔 기재했다. 사실상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이다.
산업기술시험원은 이후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정상적인 조건에서 시험을 진행했으며 PAR의 변형 또는 손상이 없었다’는 결론을 삽입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그대로 채택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시험 전 과정을 참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기술시험원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시험 결과를 조작·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원전 최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8월 ‘PAR 재시험 결과 성능이 만족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고 지난 10일 ‘원전 비리 근절’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도 이 부분은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원안위가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서둘러 재시험 결과를 발표한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우윤근 의원실은 “민간 검증기관의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이 식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시험성적서 부실·조작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은 결코 쉽게 넘겨서는 안 될 일”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진실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