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확대 더는 힘들다”… ‘탈원전’ 출발점 되나

”원전 확대 더는 힘들다”… ‘탈원전’ 출발점 되나

입력 2013-10-13 00:00
수정 2013-10-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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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워킹그룹, 원전 정책 궤도 수정에 공감대

‘탈원전’으로 가는 시발점이 될까.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이 공개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 초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035년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원전 비중을 22∼29% 범위로 잡아 30% 아래로 묶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수립된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년)에서 원전 비중 목표를 41%로 잡아놨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에너지정책의 골격이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원전 비중이 현재도 26% 안팎이라는 점을 들어 “큰 의미 없는 수치”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향후 20년간 ‘원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는 않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전 비중 목표를 40%대에서 20%대로 낮췄다는 것은 어쨌든 국가 에너지 정책의 큰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원전 확대 일변도 정책 더는 어렵다” 공감대

민관워킹그룹이 원전 비중의 하향 조정을 권고한 것은 원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사실 원전만큼 경제적이면서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은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은 현재로서는 없다.

발전원별 원가(원/kWh)를 보면 석탄이 65.1원, 액화천연가스(LNG)가 125.2원인데 반해 원전은 47.08원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 수준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버금갈 정도다.

녹색성장을 정책 기조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도 이런 점을 토대로 머지않아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2008년 제1차 계획에서 원전 역할 강화를 명시했다.

1차 계획에서는 목표 연도인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55%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부지확보나 기술적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41% 수준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진 뒤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고 원전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더이상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민관워킹그룹의 판단이다.

김창섭 민관워킹그룹 위원장(가천대 교수)은 “원전 비중 목표를 설정할 때 경제성·환경성 못지않게 안전성과 국민 수용성을 고려했다”며 “원전 확대 정책이 더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원전 비중 22∼29% 범위 어떻게 나왔나

원전 비중 목표 설정은 지난 5개월간 진행된 워킹그룹 논의에서 의견 대립이 가장 첨예한 사안 가운데 하나였다.

워킹그룹 내에 원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골고루 포진해 합의 도출이 그만큼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그룹은 애초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기본 원칙 아래 7∼35% 범위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원전 건설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가동 중인 원전도 일부 폐쇄해야만 가능한 10%대 수치와 원전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30%대 수치를 배제하고 20%대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워킹그룹의 원전분과장인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22%를 하한선으로 둔 데 대해 “전력 가격과 전력 계통상의 제약 요건을 고려할 때 22% 밑으로 떨어뜨리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창섭 위원장은 “22∼29%는 전력공급의 안정을 우선순위에 두는 원자력업계·경제계와 원전 확대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요구 사이에서 어렵게 찾은 절충점”이라고 의미를 뒀다.

그는 이어 “시민사회·원자력 업계·산업계 등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이해관계자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 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전례 없는 에너지 갈등 조정 사례”라고 자평했다.

이번에 설정된 원전 비중 범위는 연말에 확정될 최종안에 그대로 반영돼 그 구간 내에서 구체적인 목표 수치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최종 수치를 기준으로 노후 원전 폐쇄 및 이미 계획된 원전의 건설 여부, 향후 추가 건설 계획 등 ‘원전 로드맵’을 다시 짜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계속 증가할 경우 적정 원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건설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1차 계획에 비해 원전 비중이 낮아졌다는 것을 신규 건설 포기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석탄 vs LNG’ 원전 빈자리 누가 채울까

원전 비중이 30% 밑으로 묶임에 따라 그 빈자리를 어떤 발전원이 채울지에 관심이 쏠린다.

워킹그룹은 에너지 수요 전망에서 전력사용량이 연평균 2.5%씩 증가해 최종 에너지 중 전력 비중이 현재 19%에서 2035년에는 2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를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어느 정도의 전력공급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석탄과 LNG가 유력한 원전 대체제다.

현재 두 전원의 발전 비중은 석탄 31%, LNG 28%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석탄의 경우 온실가스배출량이 LNG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친환경 발전이 대세가 될 미래 에너지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워킹그룹 내에서도 LNG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워킹그룹 초안에 비중있게 담긴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 방안’은 향후 주력 발전원을 가늠하는데 ‘힌트’가 될 수 있다.

워킹그룹은 전력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발전용 유연탄(석탄화력발전의 연료)에 대한 과세를 신설하고 LNG와 등유에 붙는 세금은 완화하도록 하는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안을 권고했다.

이는 결국 LNG의 가장 큰 약점인 비싼 발전원가를 세금 인하로 보완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창섭 위원장은 “워킹그룹 내에서 원전 대체 발전원으로 어떤 것을 쓸 것이냐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은 없다”면서도 “환경·안전성·사회적 수용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LNG가 유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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