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임의매매 등 각종 의혹 확인에 시간 걸려 “동양증권 유동성 위기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도 검토”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등 각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한을 정하지 않고 특별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증권사 검사를 무기한 추진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감원은 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동양증권에서 수억원을 인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6일 “동양증권을 비롯해 동양 계열 금융회사들에 대한 검사는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며 “사태가 엄중한 만큼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종합검사는 3주 정도 걸리고 부문검사는 2주 정도면 끝난다.
그러나 동양증권의 계열사 회사채,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검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동양증권이 판매한 계열사 회사채, CP를 구매한 개인 투자자만 4만명이 넘고 추가로 추석 연휴 직전까지 동양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CP)을 구매한 개인 투자자도 적지 않다.
금감원에 설치된 불완전판매 신고센터에는 5일까지 7천396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금액으로는 3천93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동양증권이 계열사 회사채를 할당량 이상 팔았다는 의혹부터 동양증권 직원이 고객의 투자금을 임의로 사용해 투자했다는 임의매매 의혹까지 일고 있어 이를 모두 검사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혜경 부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당일인 지난 1일 동양증권 본사 대여금고에 보관한 6억원을 인출해 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동양증권의 폐쇄회로TV(CCTV) 등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자금 인출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 과정에서 확인 중”이라며 “사실이라면 대주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실이라면 대주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금융위와 금감원도 응분의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처럼 ‘무기한’ 특별검사가 이뤄진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 이후 처음이다.
경제 위기가 닥쳐 1998년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이 부도가 났을 당시 지금처럼 무기한 검사가 이뤄진 적이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특별점검을 벌인 데 이어 30일 특별검사로 전환했고 이후 동양증권, 동양자산운용, 동양생명, 동양파이낸셜대부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동양자산운용도 2010년 펀드 운용 과정에서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CP에 규정 이상으로 초과 투자한 사실이 적발돼 올해 제재를 받았다.
현재는 동양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에는 동양 계열사 자산이 편입돼 있지 않다.
동양 사태가 본격화한 뒤 동양증권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은 8조5천억원이 넘었다. 최근 자금인출 속도는 다소 늦춰진 상황이다.
금감원은 자금인출이 심각해져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통해 동양증권의 영업을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자금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영업정지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태가 더 심각해져 유동성 위기가 터지면 언제든지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