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정찰제’ 여파로 자궁근종 로봇수술 ‘스톱’

‘진료비 정찰제’ 여파로 자궁근종 로봇수술 ‘스톱’

입력 2013-08-20 00:00
수정 2013-08-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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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23세 미혼 직장 여성 A씨는 최근 자궁근종 진단을 받고 이달 중순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로봇수술로 근종을 제거할 계획이었다. 로봇수술 비용은 1천만원 정도로, 개복수술의 네 배에 이른다. 직장으로 빨리 복귀하길 원한 데다 결혼도 하지 않아 가능한 흉터 크기를 줄이고 싶었던 A씨는 비용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수술부위 파열 우려도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료진의 말에도 솔깃했다.

수술을 기다리던 A씨는 그러나 지난주 병원으로부터 ‘로봇수술 취소’ 통보를 받았다. 병원측은 A씨에게 “건강보험당국이 자궁수술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라 로봇수술도 기존 수술과 같은 비용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면서 “그 비용으로는 도저히 로봇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통보했다.

이 대학병원의 한 산부인과 교수는 “다른 대형병원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A씨의 로봇수술에 제동을 건 포괄수가제란 치료에 투입된 노동력이나 약품의 가격과 무관하게 수술의 종류에 따라 같은 진료비를 매기는 일종의 ‘진료비 정찰제’를 뜻한다. 백내장·편도·맹장·항문·탈장·자궁·제왕절개수술에 시행되고, 응급상황 발생 등으로 특별히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률적인 진료비가 적용된다.

이 제도는 개별 의료행위마다 진료비를 인정해주는 이른바 ‘행위별 수가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 6월까지 대형병원은 포괄수가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제도가 대학병원까지 전면 확대 시행되면서 로봇수술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는게 의료계 설명이다.

건강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당초 로봇수술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할 준비를 않고 있다가 일부 병원이 문의해오자 일반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과 같은 비용(250만원 선)을 청구하라고 답변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심평원은 로봇수술을 포괄수가제와 별개로 생각했으나 내부 자료 검토 후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자궁근종 로봇수술 비용을 기존 수술과 같은 수준으로 통제한다면 더 이상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내 사립대학병원 산부인과의 김모 교수는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로 치료할 수도 있지만 환자가 결혼 여부나 직장 사정 등으로 인해 비용부담을 떠안고서라도 로봇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포괄수가제를 무리하게 적용하면 환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의료기술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어 “로봇수술을 필요 이상으로 시행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예 할 수 없다면 수술의 장단점을 학문적으로 규명할 길이 원천 차단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우려에 따라 로봇수술에 대해선 포괄수가제 적용을 제외할지 검토하고 있다.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로봇수술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 환자의 선택권이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지적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이달 말쯤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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