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서민 금융생활 지원” 환영…도덕적 해이 우려도
은행들은 21일 발표된 외환위기 연대보증 채무자 구제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은행 손익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연대보증채무 미상환액의 대부분은 이미 은행권의 관리 영역을 떠나 있거나 상각 처리된 상태여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채무조정 대상이 될 연대보증채무 미상환자 11만3천830명 중 민간 금융회사에서 관리하는 사람은 5천376명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채무조정 대상액 13조2천420억원 중에서도 금융회사는 1조57억원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보증채무 미상환액은 자산관리공사(캠코)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공적 금융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장기 미상환 채권을 대부분 부실채권으로 분류, 충당금을 100% 가까이 적립하기 때문에 1997~2001년 발생한 채무는 더는 은행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이번 구제안은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캠코로 매각, 캠코에서 연대보증인 채무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은행권은 이번 구제안이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의 정상적인 금융생활 복귀를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이 보유한 연대보증인의 신용관리정보를 삭제하면 이들의 정상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구제를 통해 서민 가계의 어려움을 덜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면 장기적으로 은행의 건전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다른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서민들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채무 구제방안을 자꾸 내놓다 보면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이런 신용 구제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처럼 채무자들이 기대한다면 대출상환 능력이 있는데도 상환하지 않는 모럴해저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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