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상반기중 조기 집행
28일 윤곽이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은 한쪽으론 돈을 풀고 한쪽으론 창조 경제를 풀무질해 ‘비상’이 걸린 성장세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압축된다.정부가 나라 곳간이 축나는 것을 감내하면서까지 돈을 풀기로 한 이유다.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앞세워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고수하는 정부조차 올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대폭 낮춰 잡은 마당에 건전 재정만 고수할 수는 없는 처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는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출은 물론 세입까지 동원해 상당한 규모로 짜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추경 상당 부분을 일자리 창출 등에 집중 배정할 계획이다. 60%로 잡은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 목표도 더 올리기로 했다. 구체적 추경 규모와 사용처는 다음 달 초에 발표한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의 보루인 고용 지표마저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 불안감이 극대화됐다는 뜻”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추경을 단행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중소기업 등에 대한 한국은행의 총액 한도 대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9조원인 한도를 다음 달 증액하는 방안을 놓고 한은과 논의 중이다. 이날 증액 발표가 기대됐으나 한은이 동결 결정을 내려 ‘경제정책 엇박자’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5월에는 민관 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다. 투자와 소비를 본격적으로 살리려면 나랏돈뿐 아니라 민간 자금 활용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한 축은 새 정부 경제정책의 화두인 창조 경제다. ‘창업-회수-재도전’이라는 선순환 환경이 조성되면 창조 경제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 내수 회복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주도로 높은 투자 위험을 부담하는 한국미래창조펀드를 시범 조성한다. 민간의 모험적 투자를 유도, 창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창조형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도 제조업 수준으로 강화한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중소기업 일자리 로드맵 마련도 창조 경제와 맞물린다. 중기 활성화는 창조 경제의 수단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 부총리는 “성장률 수정치에 추경 편성 효과가 감안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경이 집행되면 성장률이 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전망치가 아닌 목표치를 제시해 왔던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엿보인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추경 등을 통해 하반기에 3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의 성장률을 올린다는 게 정부 목표”라고 말했다.
추경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해 우선 한은에서 급한 돈을 빌려 쓰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국세 감소분만 반영해도 국내총생산 대비 1%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경제팀이 자랑하던 균형 재정 기조가 깨진 셈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실장은 “추경은 취약 계층 지원과 중소기업,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지 않으면 나랏빚만 늘린 채 효과는 떨어지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3-03-29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