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대책 없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영업정지 제재에도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되풀이되면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4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상임위원들도 영업정지 기간 중 시장 과열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시장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선별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보조금 논란의 본질은 이용자 차별이며 그 결과 착취에 가까운 불균형이 야기됐다”며 “해당 부서는 획기적인 근절 방안을 확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보조금을 많이 쓸수록 과징금을 많이 낸다는 징벌적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규 상임위원은 “불법 보조금을 잠재울 수 있는 조사 방법을 찾는 등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무 부처인 방통위도 ‘약발이 먹히는 수준’으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 것이다. 가령 보조금 경쟁을 유발한 업체를 가중 처벌하고 영업정지 기간도 대폭 늘리면 된다. 한 이통사만 몇 달 동안 신규 가입자와 번호이동 가입자를 모집하지 못하게 되면 보조금 과다 지급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방통위는 현재 27만원으로 정한 보조금 상한선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등 현실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경쟁의 근본 원인인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통사와 휴대전화 유통시장이 분리되지 않고는 시장 정상화도 힘들다. 휴대전화가 일반 가전제품처럼 유통되면 단말기 출고가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직접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해서 원하는 이통사에 가입할 수는 있다. 다만 이통사를 통해 구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포기해야 한다.
휴대전화 출고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보조금만 단속하는 것도 바꿔야 한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이통사와 제조사가 담합해 휴대전화 가격을 부풀려 놓고 선심 쓰듯 보조금으로 할인해 준 행태가 적발됐다. 현재 해당 회사들은 “프리미엄 마케팅의 일환”이라면서 공정위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말기 출고가에 포함된 제조사의 장려금을 제외하면 보조금 과다 지급 경쟁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휴대전화 사양이 높아졌기 때문에 단말기 출고가격이 높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고 반박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2013-03-15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