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씁쓸한 등기이사 사퇴…신세계 쇄신할까

정용진, 씁쓸한 등기이사 사퇴…신세계 쇄신할까

입력 2013-02-20 00:00
수정 2013-02-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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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내세우며 등장’사면초가’속 사퇴 강수 재계 ‘전문경영인’ 선회 움직임…”책임 떠넘기기 아니냐” 비판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전격 사임한다.

신세계는 20일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은 2011년 기업 인적 분할 당시부터 논의해 왔던 것”이라며 “각 사 경영진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은 또 “이번 사임은 최근 이뤄지고 있는 검찰 조사 등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재계 안팎에선 정 부회장의 이번 사임을 이마트 노조 설립방해 파문을 시작으로 전방위로 확산되는 신세계에 대한 이런저런 압박을 타개하기 위한 고강도 조치의 일환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을 비롯해 최근 SK까지 대부분 재벌 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총수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에 대해 신세계가 느끼는 위기감의 수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화려하게 경영 전면에 나섰는데 일단 씁쓸하게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됐다”며 “본인으로서도 유쾌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세계는 연초부터 이마트 노조 설립을 방해한 사찰 자료를 비롯해 광범위한 내부 문서가 유출되며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베이커리 계열사인 신세계SVN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정 부회장은 별도의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상황이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연이어 터져나온 파문에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무거운 기류가 그룹 전체에 감돌았다.

정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고 경영일선에서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그룹측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기존 사업을, 정 부회장은 신성장 동력을 맡는 방식의 구도가 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특성상 소유주가 실권을 장악하고 강하게 사업을 추진할 때 경영에 탄력을 붙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하기까지 보수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신세계가 표면상으로는 스스로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는 모양새를 갖추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손실을 감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2007년 증여세 3천500억원을 전액 납부하며 ‘윤리경영’을 전면에 내세워 화려하게 등장했던 정 부회장으로선 이번 사퇴로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재벌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선회가 따가운 사회적 비판을 잠시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의 방향이 재벌 총수를 향해 압박하자 주요 기업은 그룹의 ‘얼굴’격인 등기이사에서 오너가를 슬그머니 빼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등기이사를 맡기지 않고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4명의 전문경영인 중심의 등기이사 진용을 갖췄다.

새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 정책과 오너 리스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구속 전후로 아예 전면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최 회장은 작년 말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룹을 대표하는 권한을 모두 내놓았고 전문경영인인 김창근 부회장이 신임 의장으로 선출됐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상황은 재벌그룹의 근본적 경영 구조 변화라기보다는 일단 책임을 피하고 보자는 차원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신세계는 이에 대해 “책임을 피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애초 예정된 일이었는데 공교롭게 시기가 맞물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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