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국민연금 반대’ 무릅쓰고 분할 성공

동아제약, ‘국민연금 반대’ 무릅쓰고 분할 성공

입력 2013-01-28 00:00
수정 2013-01-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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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지주사 체제 전환…경영권 안정화·사업 전문화 효과 기대”명분에서 졌다” 의견도…”시장 우려 해소가 과제”

동아제약이 시장 일각의 28일 임시주총에서 분할안 의결을 성공, 오는 3월부터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키게 됐다. 회사는 경영권 안정으로 가는 최대 관문을 통과했지만 국민연금기금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카스 비상장화’를 강행했다는 부담도 지게 됐다.

◇경영권 안정화 기대 = 분할안 주총 통과의 최대 효과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안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동아제약은 강신호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 외부 세력에 의한 인수합병(M&A)에 취약한 구조였다. 강 회장이 7년전 2남과 벌인 ‘부자(父子) 경영권 분쟁’도 취약한 지분율이 원인이었다.

회사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 대주주는 자회사 주식을 내주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는 주식교환으로 지주사 지분을 점차 늘려 안정적으로 전체 회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회사 분할 후 강 회장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이 40% 이상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잠재적 M&A 세력으로도 거론되는 한미약품 등은 지주사 주식 배정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여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넘보기가 어려워진다.

전문약과 일반약 분리 이후 전문화 효과도 예상된다. 전문약 부문 자회사가 불법 리베이트나 약가인하 등으로 외풍에 시달려도 신설 동아제약에 미치는 여파는 적을 수밖에 없다. 새 동아제약에서 나오는 수익은 지주사가 수행하는 신약개발에 기여하게 된다.

◇국민연금 대응 방향은 = 동아제약은 경영권을 안정화 하고 승계에도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으나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발을 산 점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게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권종호 위원장(건국대)은 지난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회사 분할안이 장기 주주가치에 기여할지 불분명한 데다 핵심사업의 비상장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동아제약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모펀드를 통해서도 약 5%를 투자했다. 또 기업의 해외 투자를 지원하는 ‘코파(Co-Pa, Corparate Partnership)’를 동아제약과 체결하고, 코파펀드를 구성하는 데 2천억원을 대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에 반하는 결정을 강행한 동아제약에 대응할 수단이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이라면 이른바 ‘월스트리트룰’을 따라 동아제약의 지분을 매각해버릴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다르다”며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에 연동된 월스트리트룰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당장 투자를 회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적격분할’ 여부 등 남은 문제는 =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이 완전히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불만을 달래고 분할의 적절성을 투명하게 입증하는 과제가 남았다.

우선 지주회사와 자회사 분할비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권종호 위원장은 24일 “지주사와 자회사의 주식 분할비율이 0.37대 0.63인데 이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회사 계획에 따르면 신설 동아제약은 자산과 부채는 적게 가져가면서 이익률은 매우 높다. 이를 근거로 만들어진 지주회사와 자회사 분할비율은 자칫 지주사 주주에게 유리하고 자회사 주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분할이 법인세법상 ‘적격분할’ 요건에 어긋나면 500억원 이상의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근본 문제는 회사가 재무 투자자를 대표하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관한 경고를 받은 데서 드러나듯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점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나 지배구조 사모펀드 등의 지속적인 공격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주총에선 분할안에 반대하는 소액주주와 회사간의 공방이 1시간 이상 지속되는 바람에 주총 진행이 지연됐고 지주사의 신주 발행 물량에 제한을 없애는 정관 개정안은 아예 부결됐다.

지주사 전환 직후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신주 물량이 기존 주식의 20% 이내로 제한됨에 따라 대주주와 우호세력이 일시에 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제동이 걸렸다. 회사 분할안에는 찬성했지만 대주주 등을 위한 신주발행으로 지분가치가 급격히 희석될 것을 우려한 기관투자자들이 반대표를 행사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이다.

동아제약 지배구조 개편 논란에 가세한 기업지배구조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을 낸 국민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동아제약이 주총에서 이겼을지 몰라도 명분에서는 뒤졌다”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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