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소송 승리는 산업의 혁신 저해”

“애플의 소송 승리는 산업의 혁신 저해”

입력 2012-11-25 00:00
수정 2012-11-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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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도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언급”

디자인 특허를 이용한 애플의 소송 승리가 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플로리다 주 일간지 올랜도 센티넬이 24일(현지시각) 칼럼을 통해 주장했다.

이 칼럼을 쓴 브라이언 짐머만은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디자인 특허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에 1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물린 사실을 언급하면서 해당 디자인을 다른 사람들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한을 애플에 준 것이 무엇인지를 되물었다.

그는 애플이 얇고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전자기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나는 이런 특징을 가진 제품을 최소 20개는 사용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애플이 주로 무기로 삼은 디자인 특허는 기능적 측면을 보호하는 상용특허와 달리 장식적인 요소를 보호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디자인 특허는 침해 여부가 아주 애매해서(vague) 적은 증거만으로도 일반적으로 침해로 간주하지 않을 법한 행위조차 침해 판정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애플과 삼성의 소송에서도 “제소된 삼성 제품의 디자인이 전반적인 외양에서 애플의 디자인 특허와 아주 유사하다”는 이유로 배심원단이 삼성의 유죄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특허가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해서 삼성은 모바일 제품의 특성상 논리적으로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채택하고도 침해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와 상반되는 다른 기업의 사례도 제시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평판 디스플레이의 최초 개발자이지만 평판 스크린TV나 모니터 제품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 덕분에 샤프와 비지오, 제니스, LG 등 많은 경쟁사가 평판 스크린TV를 판매하면서도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경쟁사가 GE의 아이디어를 모방한 결과 플라스마 스크린, 액정 디스플레이, 3차원(3D) TV 등 더 큰 혁신을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스티브 잡스에게 중요했던 애초의 매킨토시 시스템 디자인 역시 기존의 제록스 컴퓨터 디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도 적시했다.

제록스가 자사 제품의 ‘외양과 느낌(Look and Feel)’에 대해 특허를 냈다면 애플은 오늘날의 제품들을 만들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잡스가 피카소를 인용해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번 배심원 평결은 애플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손실”이라는 삼성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칼럼이 실린 올랜도 센티넬의 ‘뉴보이스’란 은 청년과 학생들의 기고로 매주 토요일 지면에 게재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독일과 스페인, 중국 등의 유력지와 포털도 양사 소송전과 관련해 애플을 비판하거나 애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글을 나란히 실었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의 경제 섹션 편집자 고츠 하만(Gotz Hamann)은 “지금까지는 애플이 세금을 적게 내든 아동노동을 방관하든 애플 제품들을 비싼 값에 애용했지만 이젠 애플이 혁신적이지도 않은 탐욕스러운 거대 자본으로 변질됐다”며 “당장 아이폰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애플 제품을 구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의 포털 소후(搜狐)는 “삼성이 애플과 특허전쟁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소후는 이어 부품 계약 축소설과 관련해서는 “(삼성에는) 애플 이외의 고객도 있으며 지나치게 낮았던 부품 공급가격이 정상수준으로 회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페인의 종합일간지 ABC는 삼성의 갤럭시S3가 3분기 세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반면 애플의 고객 충성도는 하락했다는 점을 보도하면서 “아직은 애플이 제품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머지않아 애플의 시장 주도권이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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