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신용등급 도입 흐지부지…재벌 봐주기 논란

독자신용등급 도입 흐지부지…재벌 봐주기 논란

입력 2012-10-11 00:00
수정 2012-10-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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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독자신용등급 도입을 잠정 연기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재벌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독자신용등급은 투자자들에게 모회사나 다른 계열사, 또는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하고 해당 기업의 독자적 생존능력을 보여준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그룹 계열사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재무건전성 외에 그룹의 암묵적 지원 가능성 등도 고려하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능력이 투명하게 평가되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올해 초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독자 신용등급 도입을 추진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신평사 “독자신용등급 확대해석 경계”

독자신용등급은 올해 7월부터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당국 발표 이후 자체적으로 업종별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적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도입 시기를 확정하지 않자 신평사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국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도입시기를 미룬 것으로 보이지만, 대략적으로 언제 하겠다는 말도 없어 신평사들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 상반기에 이미 독자신용등급을 적용하려고 준비를 마쳤는데, 금융당국이 모범규준안 개정 이후로 미룰 것을 권고했다”며 “당분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정광호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독자신용등급 도입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있지만, 이는 최종신용등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가정에 따라 도출한 개념적이고 가상적인 등급일 뿐 최종신용등급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투자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독자신용등급 기호도 소문자로 다르게 표시하고 있어 최종등급으로 가는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겠다는 취지”라며 “최종신용등급이 개별 기업의 신용위험 전체를 나타내는 진정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 “불경기에 신용등급 더욱 정밀하게 평가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불경기에 오히려 신용등급을 정밀하게 평가해야 하는데,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융당국이 독자신용등급을 잠정 연기했다는 것은 재벌 봐주기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선진화 방안에는 독자신용등급 적용 대상이 지방공기업을 제외한 대기업 계열사다. 도입 초기부터 공기업까지 적용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질 위험성을 배제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등급이 기존과 비교해 내려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더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발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자본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당장 공기업까지 대상으로 하면 등급이 낮아져 시장의 충격이 예상되므로 사기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는 동의한다”며 “경기가 좋을 때가 아니라 나쁜 지금이 오히려 신용등급을 정밀하게 평가할 때”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신용평가과정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독자신용등급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지금은 자체적인 상품으로 인식되다 보니 제약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신용등급은 등급 결정과정의 절차 중 하나인데 마치 단독 상품인 것처럼 보도되면서 평가사와 피평가사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고 당국에서도 시장의 상황을 좀 더 주시해야 한다는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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