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도 넘어선 출혈경쟁… 왜 이럴까?

이통사, 도 넘어선 출혈경쟁… 왜 이럴까?

입력 2012-09-10 00:00
수정 2012-09-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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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전가 급급… 소비자 ‘분통’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는 출고가가 99만원대인 갤럭시S3 LTE를 지난 주말(8∼9일) 일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10만∼20만원대에 판매했다. 할부할인을 포함한 보조금이 70만∼80만원에 달한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보조금을 투입하다가는 3분기 실적이 선방하리라고도 장담 못한다”며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을 개탄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들이 이번에 보조금을 과잉지급한 것으로 판명되면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통사도 이런 환경을 인식하고 있지만 “경쟁사가 보조금을 투입하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보조금 경쟁의 수렁에 스스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방통위, 영업금지 칼 빼들까 = 방통위는 보조금 과잉지급 ‘3진 아웃제’를 운용하고 있다. 201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보조금 기준을 3차례 위반하는 이동통신사에 최대 3개월간 신규 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통 3사는 이미 ‘투 아웃’ 상태다. 3사는 2010년 9월과 2011년 9월 보조금 과잉지급으로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 각각 203억원, 137억원 규모의 과징금 지급 명령을 받았다.

이번에도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을 과열시켰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최초로 신규 가입자 유치 금지 처분을 받게 된다.

상황은 이미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방통위는 이달 초 3사의 마케팅 책임자들에게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구두 경고’를 했다. 지난달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역대 3번째를 기록하는 등 보조금 경쟁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고 효과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7일께부터 3사의 보조금 수준이 일제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10만원대 갤럭시S3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통사가 방통위의 모니터링 주기에 맞춰 보조금 수위를 잠시 낮췄다가 이내 다시 올리는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방통위 조치를 유명무실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영만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지난 주말을 비롯한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재차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휴대전화 판매 실태를 점검하는 현장 조사 가능성도 언급했다.

현장 조사는 이통사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대리점과 판매점 등 현장에서 ‘암행어사’식으로 진행되며, 결과는 이통사의 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과 과징금 액수를 결정하는 토대가 된다.

◇이통사, 실적악화 우려…”어쩔 수 없다” = 이통사의 보조금 경쟁은 길거리만 돌아다녀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 수가 부쩍 증가했다. 이통사가 휴대전화 가입자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휴대전화 가입자를 1명 유치할 때마다 매장 관리자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수준이 높게 책정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오프라인 매장 중에는 LTE 스마트폰을 사면 3세대(3G)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는 ‘1+1’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나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2분기 과도한 마케팅비 지급으로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42.8%, 14%, 94.8% 감소하는 최악의 영업성적을 낸 직후 “마케팅비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쳤다.

3사는 보조금 경쟁이 타사 때문에 빚어졌다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출혈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상반기 LTE 경쟁에서 부진했던 KT가 연말 LTE 가입자 목표를 채우려고 하반기에도 막대한 마케팅비를 투입하고 있다”며 “KT에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대응’ 차원에서 보조금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KT 측은 “실제 현장을 둘러보면 우리보다 타사가 먼저 보조금을 확대한 정황을 발견할 수 있다”며 “타사가 KT에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보조금을 먼저 투입하고서는 우리 탓을 한다”고 반박했다.

◇소비자, 예측 불가능한 가격에 분통 = 보조금 지원을 많이 받은 소비자는 “고가의 최신 단말기를 싸게 샀다”며 기뻐한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 똑같은 단말기를 좀 더 비싼 값에 산 소비자는 “바가지를 쓴 느낌”이라며 억울해 한다.

갤럭시S3 LTE는 7월10일 출시된 때 월 6만2천원 요금제 기준으로 할부원금 40만원대에 팔렸지만 한 달 후엔 27만원에, 두 달 후인 지난 9일엔 17만원에 판다는 곳이 등장했다. 단말기 판매가는 시간에 따라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또 경고 등 방통위가 경쟁 완화 움직임을 보일 때, 새로운 스마트폰 단말기가 출시를 앞뒀을 때 등 상황에 따라 보조금이 수시로 바뀌어 소비자는 단말기 가격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보조금을 27만원 이하로 책정하라는 규제가 생긴 것도 보조금이 이용자 차별을 일으킨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도한 보조금은 ‘출고가 거품’ 논란과도 연관 있다. 출고가를 낮추면 보조금을 적게 투입해도 되는데, 일부러 출고가를 높게 책정해 보조금으로 수익을 조절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업계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스마트폰 가입자 3천만명, LTE 가입자 1천만명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달성했지만, 맹목적인 경쟁에 소비자가 동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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