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發 금융위기 오나] 3개월새 LTV 초과대출 2조 6000억 늘어

[부동산發 금융위기 오나] 3개월새 LTV 초과대출 2조 6000억 늘어

입력 2012-08-02 00:00
수정 2012-08-0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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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집값 하락… 금융당국·은행권 비상

집값 하락이 본격적인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가계가 속출하는 데다 연체율 상승도 가팔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담보가치인정비율(LTV) 한도를 초과한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기준으로 44조원에 이르며, 집값 하락 탓에 올해는 3개월 만에 한도 초과 대출이 2조 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햇살론 등 생계형 대출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 ‘가계 부채발(發) 금융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1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 매매가격은 0.4% 떨어져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8%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경기 과천과 용인 수지, 김포, 고양 등의 아파트 가격은 올 들어 3% 안팎 내렸다. 인천도 대부분 지역이 2% 이상 빠졌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 실무진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 LTV 상승에 따른 대응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큰 가닥은 잡혔다. 대출금 상환을 신용 대출로 전환하거나 장기 분할 상환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LTV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이 시간벌기에 불과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점이다. 특히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3% 포인트가량 더 높기 때문에 은행에는 이자 소득을 더 주고, 가계엔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6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76%,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7.89%다.

금융권 관계자는 “2009년 기준으로 LTV 비율이 한국은 47.1%, 미국 74.9%, 영국 85.2%로 우리나라가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LTV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혹은 뱅크오브아메리카처럼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못 갚는 가계를 대상으로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고, 리스로 전환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뿐만 아니라 은행권 연체율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미소금융 연체율은 지난해 6월 2.5%에서 지난해 12월 말 3.1%, 올해 6월은 4%로 상승하고 있다. 햇살론 연체율은 6개월 만에 1.5% 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도 마찬가지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0.72%였지만 올해 5월엔 0.97%로 급증했다. 1%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제2금융권을 포함하는 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1.91%로 집계돼 사실상 2%대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세계경기 침체로 실물 경제가 가라앉는다면 은행들이 대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바로 회수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저소득층부터 순서대로 부도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하락은 자영업자 부실과 생계형 대출 증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른 대출 부실과 연체율 상승은 금융권의 부실로 연결될 것이며, 이는 금융 위기로 확산된다.”고 말했다.

김경두·이성원기자 golders@seoul.co.kr

2012-08-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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