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종교단체 대출 5조원 육박

금융권 종교단체 대출 5조원 육박

입력 2012-05-15 00:00
수정 2012-05-1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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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비중 90.4% 압도적…교회 신·증축 수요 많은 탓

은행·저축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이 종교단체에 빌려준 돈이 총 5조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종교단체 대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나 틈새시장으로 부각되면서 10년 새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교회나 사찰 간 경쟁 심화 및 내부 분쟁, 금융사 간 대출 유치 경쟁 등으로 부실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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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감독원이 이성남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의 종교단체 대출은 올 3월 23일 현재 4조 9416억원이다. 은행이 4조 6780억원으로 가장 많고 저축은행 1477억원, 부동산신탁 1104억원, 할부금융사 48억원, 보험사 6억원 순이다. 이번 통계에서 빠진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사까지 포함하면 대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종교별로는 기독교가 압도적(90.4%)으로 많다. 교회 신·증축에 따른 대출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교(2.3%), 천주교(1.9%)도 비중은 미미하지만 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종교별·금융권역별 종교단체 대출 실태가 파악된 것은 처음이다. 종교단체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2008년 31건에서 올 3월 64건으로 배 이상 늘어난 대목도 눈에 띈다.

은행별로는 수협이 1조 7516억원으로 가장 많이 대출해줬다. 그 뒤는 농협은행(8115억원), 우리은행(7726억원), 신한은행(5416억원) 순서다. 2001년 종교단체 대출을 맨 먼저 시작한 수협 측은 “기존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것을 보고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특수은행과 후발 주자, 지방 은행, 2금융권의 종교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수협 측은 “기업처럼 매출액이 있는 게 아니어서 신도 수, 헌금(시주) 규모, 교단(종단) 소속 여부 등을 따져본다.”면서 “담당 직원이 교회 예배시간에 나가 신도 수를 직접 세어 보는 등 나름의 리스크 관리 노하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과 국민(159억원)·하나(338억원)은행은 종교단체 대출에 소극적이다. 씨티은행 측은 “규모가 큰 교회는 회계 담당 장로가 따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대출금 상환 능력을 입증할 객관적인 수치가 부족한 편”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 측도 “교회 건물이나 사찰 부지 등을 담보로 확보해도 내부 이견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목사가 중도에 다른 교회로 옮겨가거나 신자들과의 사이가 나빠지면 헌금 규모가 급감하는 등 리스크 관리의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협의 종교단체 대출 연체율은 2008년 0.13%에서 올 4월 말 현재 0.36%로 올라갔다. 우리은행도 2010년 0 .38%까지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종교단체 대출 가운데 296억원은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올 3월에 전액 손실 처리했다.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국의 수정교회 파산 사례에서 보듯 종교단체 대출이 부실해지면 그 부담은 결국 신도에게 돌아온다.”면서 “종교법인법 제정 등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단체 대출 쏠림 조짐이 있는 상호금융사의 실태 파악이 시급하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소관이어서 부처 간 협조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5-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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