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통요금 인상 여부가 물가안정 ‘시험대’정부, 서울 교통요금 인상 시기 하반기 연기 요구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앉았다. 1년 만에 기록한 최저 상승폭이다.그러나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어 서민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지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서울시가 버스ㆍ지하철 요금을 올리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데다 국제유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올해 물가 여건은 녹록지 않다.
◇먹거리 물가 여전히 불안…식품물가 4.8%↑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1월 상승률은 3.4%다. 작년 11월과 12월의 4.2% 이후 석 달 만에 3%대로 내려섰다.
1월 물가상승률은 작년 1월과 같은 3.4%다. 1년 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전월 대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지표상의 물가상승률 하락 효과는 서민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0월 각각 -0.1%, -0.2%를 기록했다. 11월 0.1%, 12월 0.4%, 올해 1월 0.5%로 상승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먹거리 물가도 여전히 불안하다. 식품 물가상승률은 4.8%로 낮은 편이 아니다.
신선채소는 전년동월대비 10.7% 하락했다. 전달보다는 9.6% 올랐다. 신선과실류 역시 전달보다 7.7% 올랐고, 라면은 1년 전보다는 7.9%, 전달보다는 2.3% 상승했다.
식용유는 1년 전보다 9.7%, 전달보다는 0.2% 상승했다. 달걀은 1년 전보다 7.5%, 전달보다는 4.1% 올랐다.
우유(11.6%), 스낵과자(10.6%), 설탕(17.1%) 등이 작년 같은 달보다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설 명절에 농산물 수요가 늘고 계절적인 영향 탓에 공급이 감소하면서 농축수산물은 전달보다 2.7%, 1년 전보다 3.6% 올랐다.
농산물만 보면 전월 대비 상승률이 5.4%,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8%로 높은 편이다. 다만, 축산물은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전달보다 각각 3.6%, 2.1% 떨어져 전년 동월 대비 상승폭이 작년 12월 12.8%에서 올해 1월 4.4%로 축소됐다.
월동비용도 심상찮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중동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 휘발유가 전달보다 0.5% 오르고 경유도 0.3% 높아졌다. 석유류는 전월대비로 지난해 11월 -0.1%, 12월 -1.0%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올 1월에는 0.3% 상승으로 반전됐다.
월동비용에 속하는 도시가스(9.7%), 지역난방비(11.2%), 등유(14.1%), 전기료(2.0%)는 1년 전보다 올랐다. 집세는 석 달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폭이 5%대를 보이며 겨울철 서민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서울 교통요금 인상 여부 정부 물가안정의지 ‘시험대’
앞으로 물가 여건 역시 쉽지 않다. 봄이 오기 전까지 겨울철 한파와 폭설 등 기상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농축수산물 가격이 요동칠 소지가 다분하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의 향방에 따른 국제유가의 움직임도 불안 요소다.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은 탓에 지난달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9달러로 110달러선에 근접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동참하느냐에 따라 원유 수입가격도 달라진다.
서울시 버스ㆍ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계획은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를 시험하는 ‘핫이슈’다.
기획재정부는 서울시가 이달 말에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150원씩 올리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은 전국에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가장 많다. 버스는 전국에서 이용객 비중이 23.8%에 이른다. 서울 지하철 요금이 오르면 서울 노선과 연계된 경기, 인천 요금도 함께 상승하므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시의 공공요금 인상계획이 연초인 내달 말에 잡혀 있어 연간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크다.
정부는 인상하더라도 하반기 이후로 최대한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반기로 인상 시기를 미루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증가 효과는 절반으로 감소한다.
다른 지자체들의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물가 당국의 큰 고민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저울질하는 지자체들이 많이 있고, 민간 부문도 역시 상품과 서비스가격을 언제 올릴지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교통요금을 독자적으로 올려버리면 정부의 물가안정의지가 약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의 리더 격인 서울시가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것이 지방정부와 민간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근심이다.
정부는 상하수도 요금과 정화조 청소료 등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를 분산하고 인상 폭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상 폭이 큰 품목은 상·하반기로 나누거나 2~3년간 분산해서 올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그동안 공공요금을 계속 억눌러와 공기업 등의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큰 숙제로 남아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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