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신년사로 본 새해 경영기조
새해를 맞아 재계 총수들이 발표한 신년사의 핵심은 ‘도전’과 ‘변화’로 요약된다. 특히 글로벌 재정위기 심화와 김정일 사망 후폭풍, 총선 및 대선 등으로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재계가 적극적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각오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를 이끌 키워드로 ‘도전’을 제시했다. 지금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길게 내다보고 과감히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서라는 의도다.
2012년을 맞아 재계 총수들이 신년사로 ‘도전’과 ‘변화’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새해 경영에 나서고 있다. 2일 신년사를 발표한 이건희(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오른쪽)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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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은 반도체 및 스마트폰 사업 등의 호조로 그룹 역사상 최고의 시절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2010년 5월 발굴한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들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아 미래는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과거에도 대외적 경영 여건이 불확실할수록 여러 차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경쟁 업체들을 따돌려 왔다. 올해에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뚝심있게 미래 사업들을 밀어붙이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삼성의 올해 투자 규모가 지난해(43조원)보다 많은 5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성장’보다 ‘안정’에 무게를 뒀다. 올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돌다리 경영’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정 회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그룹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내실경영으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면서 “(외형 성장보다는) 품질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창의적 변화와 끊임없는 도전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며 공격경영을 주문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현대기아차는 전년보다 15% 이상 늘어난 660만대를 판매했고, 범현대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등 외형 확장에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럼에도 정 회장이 1년 만에 ‘수성 모드’로 전환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위기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 회장은 지난해 시무식에서 이례적으로 즉흥 연설을 했지만, 올해는 안경을 쓴 채 미리 준비한 원고를 차분히 읽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글로벌 시장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보다 6% 이상 성장한 7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이 같은 판매 목표를 달성하면 르노닛산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업계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12년의 화두로 ‘변화’를 꼽았다. LG그룹이 지금의 위기를 탈출하려면 지금보다 더욱 긴장하고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구 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2012년 LG 새해 인사모임’에서 “실천에 있어서 적당한 시도에 머무르지 말고 될 때까지 끝까지 도전해 주기 바란다.”면서 “지금과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는 3차원(3D) 입체영상 TV와 4세대(4G)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 분야 등에서 다른 회사보다 앞선 준비로 고객에게 인정받았지만 그룹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토로했다. 올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이 소비 위축으로 불안해진 상황에서 LG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다른 기업들보다 더욱 빠른 변화와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게 구 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를 중심으로 ‘킬러 스마트폰’ 출시 등 속도경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해는 2015년까지 중기 성장전략을 마련한 한 해”라며 “올해는 이를 발판으로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3조 1000억원의 투자와 75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공격경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창업 6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 ‘차세대 신사업 추진’을 주문한 것에 이어 올해에는 이를 더욱 확장해 ‘글로벌 녹색성장의 리더’가 돼 줄 것을 당부했다. 공급 과잉 상황에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박용현 두산 회장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인재의 성장과 자립’이라는 철학에 중심을 둔 사회공헌활동과 동반성장 지원 시스템을 체계화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류지영기자·산업부 종합
superryu@seoul.co.kr
2012-01-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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