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투표 변수로 금융시장 불안 증폭

그리스 국민투표 변수로 금융시장 불안 증폭

입력 2011-11-02 00:00
수정 2011-11-0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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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겠다고 해 유럽 재정위기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그리스가 EU에서 탈퇴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선언되겠지만,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초까지 국내외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의 돌발 행동으로 디폴트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 논의가 다소 무의미해지고 있다.

◇ ‘구제금융안+EU 탈퇴’ 패키지 국민투표

그리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투표는 EU의 2차 구제금융안 수용과 회원국 탈퇴 여부를 동시에 묻는 일종의 ‘패키지’ 형태를 띠고 있다.

EU는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그리스 부실채권 손실률(헤어컷)을 21%로 50%로 상향조정하는 등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리스에 강력한 긴축재정을 요구해 그리스는 크게 반발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트로이카(EUㆍECBㆍIMF)의 식민지냐’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2차 구제금융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EU 탈퇴 여부까지 함께 묻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리스 내부에 아직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2일(현지시간) 각의에서 EU 구제금융에 대한 국민투표와 관련, “그리스가 EU와 유로존 회원국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가 EU를 탈퇴한다면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고 그리스 경제가 과거로 후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EU 탈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좀더 많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단순히 긴축안 반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반대가 많겠지만, EU 탈퇴와 묶어서 투표를 한다면 결과는 뚜껑을 열어야 안다”며 “아직 EU 탈퇴는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아예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그리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의 반발과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EU 정상의 반응을 보면 그리스의 국민투표 시도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 세계공조 논의에 찬물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내년 초까지 국제금융시장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의 돌발 행동으로 디폴트를 막으려는 국제공조 논의는 다소 무의미해졌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원래 계획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도움을 받아 연말까지 구체적인 지원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리스 국민투표로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한다면 그리스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EU의 지원이 당장 끊길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의 갑작스런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해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유럽 금융기관은 하루빨리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박상현 연구원은 “유럽 금융권의 자금경색 현상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불안이 지속할 경우 연쇄적인 금융기관의 파산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주변국으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실시 소식에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6.19%까지 급등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했을 때 국채금리가 7% 정도였다.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7%를 넘어가면 상당히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지원 여부는 불확실해졌지만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은행자본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등 큰 틀은 여전히 유효하다. 8~9월만큼 상황이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내시장 강타할 이슈

국내주식시장은 전일 5% 이상의 급락세를 보인 유럽시장에 비해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일 오전 코스피는 2% 내외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금은 그리스가 국민투표 결정을 철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국민투표가 현실화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사실 만 보면 굉장히 부정적인 이슈인데 오늘 시장에는 G20 정상회의에서 국민투표를 어떻게든 무마시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마되지 않으면 그리스 지원책은 끊길 것이고 유럽 은행들은 각자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디레버리징이 시작되면서 외국자금이 빠지고 주식시장 변동성은 커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그리스가 디폴트로 가면 유럽 경제가 계속 안 좋은 상황으로 가고 원ㆍ달러 환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 수출에는 부정적”이라며 “다만, 환율이 수출 둔화를 다소 커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9월보다는 국제공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시장 충격이 작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로는 1,800선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오성진 현대증권 센터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결정으로 유럽 금융권도 극심한 자금경색을 겪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외국인 대량매도를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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