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권력출신 대거 포진…내부 불법은 외면

보험사에 권력출신 대거 포진…내부 불법은 외면

입력 2011-10-18 00:00
수정 2011-10-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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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12개 보험사 중 8개사 감사위원 금감원 출신상당수 감사위원ㆍ감사, 비리 견제보다는 방패막이 역할

보험사의 상근감사나 감사위원들은 금융감독원과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른바 ‘적발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의 눈앞에서 짬짜미를 비롯한 불법행위가 매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위원들이 보험업계의 각종 문제점을 묵인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상당수 감사위원은 경영진의 전횡이나 비리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고유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문제가 들통났을 때 사건 무마를 위해 당국에 로비하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12개 보험사 중 8개사의 감사위원에 금감원 출신이 포진해 있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의 감사위원장은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이다. LIG손해보험 상근 감사위원으로 박찬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일하고 있다.

현대해상(나명현 전 금감원 국제협력국 런던사무소장)과 코리안리(최용수 전 금감원 공보실 국장), 삼성화재(이재식 전 금감원 회계감독1국장), 메리츠화재(노승방 전 국제협력국 연구위원) 등은 금감원 국실장 출신들에게 감사위원 자리를 제공했다.

동양생명(김상규 전 금감원 보험검사국 부국장)과 한화손해보험(이성조 전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부국장)도 금감원 출신의 감사위원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과 롯데손해보험에서도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이 감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상근 감사위원인 문태곤씨는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지냈다. 롯데손해보험의 사외 감사위원에는 김수장 전 서울지검 검사장과 김용재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이 포함돼 있다.

특히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금감원 출신을 상근 감사위원으로 두면서 다른 권력기관 출신을 감사위원장(사외이사) 자리에 앉혔다. 삼성화재의 감사위원장은 이원창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며, 메리츠화재의 감사위원장은 조연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과장이다.

감사위원을 제외한 사외이사에도 권력기간 출신이 적지 않다.

삼성생명은 황수웅 전 국세청 차장과 김영진 전 대구지검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동양생명은 강병섭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동부화재에는 이수휴 전 보험감독원 기획조정국장이 사외이사로 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채이배 연구원은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를 금감원, 검찰, 감사원 등 감독기관 출신이 맡게 되면 결국 회사의 경영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감독기관의 로비 창구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금감원 출신이 사외이사로 일하면 안 된다. 감독자가 오는 것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회사 경영진을 두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현직 감사위원도 권력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 감사위원인 류근옥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 출신 감사위원들은 불법행위 등 문제를 사전에 막기보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저축은행 사태도 금융당국 출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이 제 역할을 못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빨리 시정이 돼야 할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의 전반적인 내용을 잘 알기 때문에 업계를 상대로 컨설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이미 퇴직한 사람들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업계로 나간 임직원들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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