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의 난제 ‘망 중립성’에 번뜩이는 대학생들의 해법방통위, 대학생 토론대회서 ‘젊은 아이디어’ 경청
”네트워크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받으려 하는 것은 조폭이 일수를 걷으려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한양대 이명수·강우석·박예은 ‘토론의 막을 올리다’ 팀)”망 중립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정부가 민간영역인 시장의 역동성까지 규제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요?” (고려대 김재연·이기종·강대웅 ‘인터넷의 미래’ 팀)
27일 제1회 방송통신위원회 대학생 토론대회 결승전이 열린 방통위 14층 회의실에 망 중립성에 대한 대학생들의 당찬 주장이 울려 퍼졌다.
망 중립성은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깔아놓은 통신망에 카카오톡 등 모바일 서비스들이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하자 ‘서비스 제공업체에도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드러난 IT업계 현안이다.
’누구나 차별 없이 망에 접속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리에 찬성하는 ‘토론의 막을 올리다’팀은 콘텐츠 사업자에게 요금을 부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차별 없는 망 관리에 반대하는 ‘인터넷의 미래’팀은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맞섰다.
찬성팀은 “페이스북과 구글 등 혁신적인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의 개방성과 비차별성 덕분”이라며 “이 같은 인터넷의 원칙이 유지돼야 혁신과 생활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망 중립성을 회피하면 망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의 서비스를 멋대로 차단하거나, 직접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어 다른 콘텐츠 사업자를 차별대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일반 사용자에게 불리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찬성팀은 특히 “망 사업자는 스스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하고는 트래픽이 너무 많이 발생하자 콘텐츠 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며 “트래픽을 유발하는 이용자들에게 과금하는 것이 맞지만, 반발이 두려워 콘텐츠 사업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팀은 “주파수는 유한자원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 함께 관리해야 하는데, 망 사업자가 서비스 질(QoS)을 통제하려는 것은 망을 사적 소유물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트래픽 발생을 이유로 서비스를 차단하면 콘텐츠 시장에 진입 장벽이 생긴다”며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지 못해 발생하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차별 없는 망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대팀도 꼼꼼한 논리를 펼치며 찬성팀에 맞섰다.
반대팀은 “혁신의 주체는 망 사업자”라며 “트랜지스터에서 지금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망을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들을 창출했다”며 “망중립성으로 이들의 성장을 가로막으면 사회적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팀은 또 “현재 콘텐츠 사업자 사이에서도 자본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의 비차별성은 이미 과거의 얘기가 됐다”며 “과거의 가치로 미래 가치를 억압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대팀은 “망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에 나서는 ‘수직계열화’ 우려가 나오는데, 이는 현재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조항으로도 규제할 수 있다”며 “입법 등에 필요한 시간과 국민의 세금을 들여 망 관련 규제를 또 만드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망 이용료를 ‘혼잡비용’으로 정의하면서 “똑같은 동영상을 강남에서 보는 사람이 시골에서 보는 사람보다 더 많은 혼잡을 유발하지만 두 사람에게 요금을 차등 부과하기는 어렵다”며 객관성과 일관성을 위해 콘텐츠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방통위 심사위원단은 두 팀의 논리성과 창의력, 대응력, 전달력, 예절과 역할분담 등 여러 요소를 평가해 찬성팀인 ‘토론의 막을 올리다’팀이 더 우세한 것으로 판정했다.
’토론의 막을 올리다’팀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수여하는 최우수상과 상금 300만원을 전달받았다.
’토론의 막을 올리다’팀원인 이명수(한양대 법학과 4학년)씨는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모두 성장하는 방향으로 망 중립성 문제가 정리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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