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특례지원 ‘무용론’ 가능성
전산 장애로 농협의 금융 부문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이는 금융지주사 분리 출범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금융권 관계자는 15일 “전산 시스템은 금융업의 심장과 같다.”면서 “이 부분의 신용이 훼손됐다면 고객 이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이 이탈해 농협 신용 부문의 수익이 악화된다면 금융과 유통 부문으로 농협을 분리할 때 금융 쪽 몫이 줄어들 수 있다.
시중 은행들이 4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탄생할 농협 금융지주의 규모가 줄어든다면 이후 사업 확장에서도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농협에 대한 각계의 우호적인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타격이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조세 특례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농협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지원 무용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역으로 농협의 금융 부문을 분리해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 계획에는 사업 관련 기록과 연계된 금융 전산망을 분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농협 조직을 전문화, 효율화함으로써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 논의가 활기를 띤 것은 2006년 1조 943억원이던 신용 부문 순이익이 금융위기를 거친 뒤 2010년 5662억원으로 반토막 나면서부터다. 금융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농협 측의 잘못인 전산망 장애로 인한 금융 부문 축소가 지주사 설립을 위한 근거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1-04-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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