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사외이사 안태식 서울대 교수가 본 활성화 방안
“어떤 기업은 이사회 전날 기업설명회(IR) 담당자들을 사외이사들에게 보내 안건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해 주고 이사회 당일 난상토론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어떤 곳은 이사회가 모인 지 두 시간도 안 돼 회의를 끝내요. 또 어떤 기업은 규정된 보수만 지급하지만 이사회에 갈 때마다 100만원이 넘는 거마비를 주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오너가 지향하는 기업문화의 차이 때문에 나타납니다.” 안태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외이사 제도가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려면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안 교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3대 공립고(경기·서울·경복) 중 경복고와 서울대 상대를 거쳐 서울대 교수를 맡고 있는 우리나라 사외이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을 묻자 그는 “한국도 이제 기업이 사회의 중심이 된 만큼 지속가능한 경영을 펼쳐야 사회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무조건 기업을 감시만 하는 것은 아니며 조언과 협조도 병행해 궁극적으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외이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태식 서울대 교수
안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 운영에 대해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대기업들만 놓고 보면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국내 기업들도 뉴욕(미국) 등 선진국 증시에 상장해 있는 만큼 사외이사 운영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다. 여기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비정부기구(NGO) 등 자발적 감시세력도 따라다녀 편법 운영의 여지가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 교수는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일부 대기업들이 사외이사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한 채 최고경영자(CEO)와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사외이사를 대거 인선해 CEO 친위조직처럼 변한 곳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특히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애널리스트 등 외부 감시세력이 많지 않아 이러한 일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오너의 의지가 이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면서 “사외이사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오너가 사외이사 제도에 대해 바른 관점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활동 과정에서 느낀 사외이사의 한계에 관해 묻자 그는 “사내 이사들만큼 회사의 내부 사정을 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특정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언을 하는 데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 “때문에 의욕적인 사외이사들은 자발적으로 회사 내부를 견학하거나 정기적으로 법무팀 등 실무진을 만나며 회사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여러 곳의 사외이사를 맡아 보수만 챙겨 가는 ‘사외이사꾼’을 법률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사외이사가 여러 기업을 겸직하는 게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는 기업이 스스로 사외이사들을 평가해 판단할 문제이지 법으로 규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글 사진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안교수는
▲출생 1956년 서울 ▲학력 서울대 경영학과-미국 텍사스오스틴대 경영대학원 ▲경력 미국 텍사스대·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아주대 교수, 서울대 교수 및 경영대학장 ▲현대제철 사외이사 역임, 현 현대엘리베이터,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2011-04-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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