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환율전쟁’에 발목…물가 어쩌나

통화정책, ‘환율전쟁’에 발목…물가 어쩌나

입력 2010-10-14 00:00
수정 2010-10-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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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환율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환율 전쟁 여파로 원화가치가 치솟으면서 경기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환율을 추가 하락시킬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재하강(더블딥)을 우려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 정책에 무게를 두는 점도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중앙은행인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항을 미친 것으로 분석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최근 채소값을 중심으로 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환율 불안이 진정되면 연내 추가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환율 전쟁 먼저…금리인상 연기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환율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 말 1,200원 부근에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 1,100원 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내외 금리차의 확대로 외국인 주식.채권 자금의 유입이 가속되고 환율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국내 경기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지면 국내 91개 주력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이 5조9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호주와 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자국의 환율 전쟁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경쟁국인 일본은 엔화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를 유도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과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 도입도 모자라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요청하는 등 환율 전쟁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살리려고 다시 돈을 풀 조짐을 보이는 점도 한은이 독자적인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5일 제로금리 정책으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5조엔대의 자산매입 계획을 밝혔으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내달 초 채권매입 조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7개월째 기준금리를 1%로 동결한 유럽중앙은행(ECB)은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추구하지는 않지만,지금까지 유로존(유로사용 16개국) 회원국들의 국채를 사들이는데 635억 유로(869억 달러)나 사용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한은에 금리를 동결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연내 추가 인상될까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G20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환율 불안이 진정되면 금통위가 물가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9월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는 8월보다 16.0% 오른 것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도 2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급등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높아지면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G20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 여부가 변수”라고 말했다.

 한은의 실기 논란도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김재은 현대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한은의 의지가 계속 의심을 받고 있다”며 “물가 방어에 대한 의지와 함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금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물 건너 갔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배추가격 하락 등 물가 안정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이후에나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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