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 행장을 포함한 88명이 은행에 1조1천억원대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보고 이들에게 사상 초유의 대규모 징계를 내렸다.
강 전 행장은 중징계인 문책경고 상당 제재를 받아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어 사실상 금융권 복귀가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강 전 행장을 비롯한 제재 대상자들이 징계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중징계의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탈많았던 국민은행 종합검사
작년 12월 시작된 금감원의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는 검사 착수 자체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 사안이기도 하다.
2008년 초대 회장 선임 때 황영기 전 회장에게 밀렸던 강 행장은 작년 9월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 손실 문제로 사퇴하자 회장에 재도전해 결국 회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단독 면접을 강행한 것이 역풍으로 돌아왔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실시했고 올해 1월14일부터 2월10일까지 42명의 대규모 검사역을 투입해 본검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운전기사와 사외이사 등 강 전 행장 주변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뤄졌고, 강 전 행장은 작년말 회장 내정자직에서 물러났다.
정부 고위층의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됐지만 강 전 행장이 자기와 친한 인사들로 사외이사를 꾸렸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으며 금융사의 사외이사제 전반에 대한 당국의 ‘메스’가 가해지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올해 새롭게 진행된 회장 선임 과정에서 어윤대 회장이 낙점을 받자 임기를 3개월가량 남겨둔 지난달 행장직에서 물러났다.
논란이 컸던 만큼 조사과정을 둘러싼 말도 많았다. 지난 2월 국민은행 여신IT개발팀장 노모씨가 자살하자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금감원의 수검일지가 정치권에 유포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88명 사상 초유 무더기 제재..손실 1조1천억원대
금감원은 이날 88명의 전.현직 임직원에 무더기 징계를 했다.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국민은행 검사가 2년3개월만에 실시된데다 국민은행이 본부장 전결보다는 경영협의회 등 각종 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관련자가 많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제기된 강 전 행장의 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강 전 행장의 위규사항 중 가장 큰 부분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인수건이다. 여러 단계에서 이사회 허위 보고 등을 통해 최소한 4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우선 강 전 행장은 입찰 과정에서 외부자문사가 제시한 보수적 평가를 빼고 낙관적 전망치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또 2007년말 실사를 진행하면서 BCC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받았음에도 이사회에는 유동성이 양호하다고 보고했고, 유상증자시 주가 할인폭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식을 비싸게 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2008년 3월 이사회가 BCC 지분 취득을 의결하는 과정에서도 허위보고를 했다고 보고 있다. BCC가 해외차입금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은폐했다는 사실을 2008년 2월에 알았지만 매입 재검토나 매각가 인하를 위한 협상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사회에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하다고 보고했다는 것.
1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과정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사회는 2009년 2월 10억달러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외화조달을 의결했다. 하지만 4억5천만달러만 예정대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5억5천만달러는 외화 조달에 실패해 결과적으로 1천300억원의 이자비용이 더 들어갔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 강 전 행장이 2007년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특정기종과 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이를 방치한 책임도 물었다.
지난해 3월 국민은행에서 25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금융사고가 있었지만 이를 1억원 금품사고로 축소 보고하고, 비온라인 거래를 온라인 거래로 전산화하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계정 불일치 등 착오를 발생시킨 것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강 전 행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부분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경영유의 통보가 이뤄졌다.
강 전 행장이 직접 관여된 것 외에 다른 임직원의 부당한 업무처리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서 해외사업을 위주로 8개 업체에 대한 대출이 잘못돼 3천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9개 업체에 대한 일반여신도 부당하게 취급돼 1천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
또 신용파생상품 심사 및 가치평가 조직 구축이 제대로 안 돼 500억원 손실이 발생했고, 조선사와의 선물환 계약이 과도해 1천200억원의 손해가 생겼다. 골프대회 후원과정에서도 경비심사 소홀로 10억원의 과다지출이 이뤄졌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다만 영화투자 손실은 자회사에 관련된 부분이어서 자회사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정도에 그쳤고, 최근 논란이 됐던 기부금 문제는 이날 회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금감원이 밝혀낸 위규행위로 인한 손실만 단순 합쳐도 손실액은 1조1천억원대에 달한다.
◇소송 제기 가능성..여진 이어질 듯
하지만 이번 징계 결정이 상황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높다.
당장 징계 대상자가 받아야 할 불이익이 적지 않아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규정상 등기이사인 임원은 문책경고 때 3년간, 업무 정지 때 4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쉽게 말해 강 전 행장은 앞으로 3년간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고, 이번에 중징계를 받은 일부 부행장이나 본부장 등 간부도 앞으로 상당 기간 승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투자 손실과 관련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금융위의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낸 것처럼 강 전 행장을 비롯한 제재 대상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이번 사안은 정치적으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이었던 만큼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강 전 행장은 중징계인 문책경고 상당 제재를 받아 앞으로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어 사실상 금융권 복귀가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강 전 행장을 비롯한 제재 대상자들이 징계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중징계의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탈많았던 국민은행 종합검사
작년 12월 시작된 금감원의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는 검사 착수 자체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 사안이기도 하다.
2008년 초대 회장 선임 때 황영기 전 회장에게 밀렸던 강 행장은 작년 9월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 손실 문제로 사퇴하자 회장에 재도전해 결국 회장에 내정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단독 면접을 강행한 것이 역풍으로 돌아왔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실시했고 올해 1월14일부터 2월10일까지 42명의 대규모 검사역을 투입해 본검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운전기사와 사외이사 등 강 전 행장 주변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뤄졌고, 강 전 행장은 작년말 회장 내정자직에서 물러났다.
정부 고위층의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됐지만 강 전 행장이 자기와 친한 인사들로 사외이사를 꾸렸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으며 금융사의 사외이사제 전반에 대한 당국의 ‘메스’가 가해지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올해 새롭게 진행된 회장 선임 과정에서 어윤대 회장이 낙점을 받자 임기를 3개월가량 남겨둔 지난달 행장직에서 물러났다.
논란이 컸던 만큼 조사과정을 둘러싼 말도 많았다. 지난 2월 국민은행 여신IT개발팀장 노모씨가 자살하자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금감원의 수검일지가 정치권에 유포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88명 사상 초유 무더기 제재..손실 1조1천억원대
금감원은 이날 88명의 전.현직 임직원에 무더기 징계를 했다.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국민은행 검사가 2년3개월만에 실시된데다 국민은행이 본부장 전결보다는 경영협의회 등 각종 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관련자가 많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제기된 강 전 행장의 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강 전 행장의 위규사항 중 가장 큰 부분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인수건이다. 여러 단계에서 이사회 허위 보고 등을 통해 최소한 4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우선 강 전 행장은 입찰 과정에서 외부자문사가 제시한 보수적 평가를 빼고 낙관적 전망치를 이사회에 보고했다. 또 2007년말 실사를 진행하면서 BCC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받았음에도 이사회에는 유동성이 양호하다고 보고했고, 유상증자시 주가 할인폭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주식을 비싸게 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2008년 3월 이사회가 BCC 지분 취득을 의결하는 과정에서도 허위보고를 했다고 보고 있다. BCC가 해외차입금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은폐했다는 사실을 2008년 2월에 알았지만 매입 재검토나 매각가 인하를 위한 협상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사회에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하다고 보고했다는 것.
1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 과정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사회는 2009년 2월 10억달러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외화조달을 의결했다. 하지만 4억5천만달러만 예정대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5억5천만달러는 외화 조달에 실패해 결과적으로 1천300억원의 이자비용이 더 들어갔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 강 전 행장이 2007년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특정기종과 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이를 방치한 책임도 물었다.
지난해 3월 국민은행에서 25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금융사고가 있었지만 이를 1억원 금품사고로 축소 보고하고, 비온라인 거래를 온라인 거래로 전산화하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계정 불일치 등 착오를 발생시킨 것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강 전 행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부분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경영유의 통보가 이뤄졌다.
강 전 행장이 직접 관여된 것 외에 다른 임직원의 부당한 업무처리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서 해외사업을 위주로 8개 업체에 대한 대출이 잘못돼 3천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9개 업체에 대한 일반여신도 부당하게 취급돼 1천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
또 신용파생상품 심사 및 가치평가 조직 구축이 제대로 안 돼 500억원 손실이 발생했고, 조선사와의 선물환 계약이 과도해 1천200억원의 손해가 생겼다. 골프대회 후원과정에서도 경비심사 소홀로 10억원의 과다지출이 이뤄졌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다만 영화투자 손실은 자회사에 관련된 부분이어서 자회사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정도에 그쳤고, 최근 논란이 됐던 기부금 문제는 이날 회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금감원이 밝혀낸 위규행위로 인한 손실만 단순 합쳐도 손실액은 1조1천억원대에 달한다.
◇소송 제기 가능성..여진 이어질 듯
하지만 이번 징계 결정이 상황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높다.
당장 징계 대상자가 받아야 할 불이익이 적지 않아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규정상 등기이사인 임원은 문책경고 때 3년간, 업무 정지 때 4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쉽게 말해 강 전 행장은 앞으로 3년간 금융사 임원이 될 수 없고, 이번에 중징계를 받은 일부 부행장이나 본부장 등 간부도 앞으로 상당 기간 승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투자 손실과 관련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금융위의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낸 것처럼 강 전 행장을 비롯한 제재 대상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이번 사안은 정치적으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이었던 만큼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