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 경제 먹구름 2題

‘환율·유가’ 경제 먹구름 2題

입력 2010-01-12 00:00
수정 2010-01-1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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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들썩이는 환율과 유가 변수가 올해 한국 경제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6거래일 동안 45원 급락하고 유가 역시 연초부터 정부의 연간 전망치인 배럴당 80달러를 웃돌면서 회복기를 맞은 경제의 순항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은 가격 경쟁력 저하와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와 당장 수출 전선의 암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예상한 연간 5% 내외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다만,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어서 비록 연초에 변동 폭이 크긴 하지만 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환율 급락…유가는 정부 전망치 넘어

 지난달 30일 1,164.50원에서 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이 새해 들어 급락하고 있다. 지난 11일 환율은 1,119.8원으로 작년 말보다 44.7원이나 떨어졌다.

 특히 11일 하루에만 10.7원이 내릴 정도로 급락해 환율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인 2008년 9월17일(1,116.00원)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10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환율 급변동은 글로벌 달러 약세 외에도 역외세력의 원화 매집 현상이라는 투기적 수요까지 겹친 결과이기도 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올해 1,100원의 원·달러 환율을 예상했던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도 상승 속도가 빠르다.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7일 배럴당 80.76달러로 2008년 10월6일 이후 처음 80달러선을 넘어섰고, 서부 텍사스산과 브렌트유 선물도 81달러를 웃돌고 있다. 정부의 올해 평균 유가(두바이유 기준) 전망치인 80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승세는 경기회복 기대감 속에 달러화의 약세로 석유시장에 자금이 유입된데다 북반구를 강타한 한파가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는 “WTI 선물 가격은 지난달 11일 69.87달러에서 지난 8일 82.75달러로 18% 올랐다”며 “향후 한파가 지속할 경우 난방유 등 석유수요 증대는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수출.성장률 비상등…유가는 물가에 부담

 환율과 유가의 변동폭 확대는 경상수지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환율 인하는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입물품의 증가를 가져오는데다 유가 급등 역시 수입액 상승으로 이어져 경상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출주도형인 한국 경제 구조상 교역조건 악화는 성장률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이 10% 떨어지면 경상수지 흑자가 88억7천만달러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도 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유가 역시 10% 오를 경우 경상수지 흑자는 19억9천만달러 줄어들고 GDP도 0.21%포인트 떨어지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가 인상과 환율 하락은 당초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비록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단기 변동만을 놓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거시경제 안정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며 “기존 전망치를 수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의 수출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세계경제의 흐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유가와 환율이 부정적 요인이긴 하겠지만, 세계경제 회복세가 지속할 경우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천644.76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천302.53원)에 비해서는 26.3% 올랐다. 지역난방공사는 작년 9월에 이어 11월에도 열 요금을 인상했다.

 국제 액화석유가스(LPG)가격도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국제시장에서 프로판 현물가격은 t당 377.6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738.20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에너지 가격의 강세가 이어지면 오는 3월 연동제로 복귀하는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유가와 환율이 전반적인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관망론이 다소 우세하다.

 환율 인하는 물가 하락,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각각 작용해 상쇄되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또한, 유가가 동절기 효과로 인해 연초에 오른데다 지난해 재고물량이 상당해 비수기로 접어들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지나치게 물가 불안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등에 민감한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다른 품목 가격은 대체로 안정적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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