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과거 덮으려 방탄입각 탄핵사태 부추켜
브라질 대선을 앞둔 2002년 1월. 상파울루 인근 산토 안드레 시의 셀소 다니엘(51) 시장이 괴한에게 납치된 뒤 시체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그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후보 측에 거액의 비자금이 흘러들어 간 정황을 포착해 조치를 검토하던 중이었다며 “이 사건에 룰라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을 뒷받침할 증언자와 경찰관 등 6명이 잇따라 사망하고 그해 10월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지금도 브라질에선 다니엘 시장의 죽음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
브라질 일간 폴라 데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정당이자 연정의 축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 29일(현지시간) 집권 브라질노동당(PTB)과의 연대 파기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연립정권을 탈퇴한 PMDB는 하원 513석 가운데 69석, 상원 81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하는 브라질 최대 정당이다.
PMDB가 탄핵 절차의 개시와 탄핵 여부를 결정할 상·하원에 많은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호세프 대통령에게 연정 붕괴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탄핵 논의는 호세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이 주도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지난해 분식회계로 국가재정을 흑자로 꾸며 실정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악의 국정 운영 능력으로 경제 위기를 불러오고 지카바이러스 등 국가적 위기상황에 미숙하게 대응한 데 대한 반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룰라의 입각 시도가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면 룰라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비리 의혹들까지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룰라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권모술수와 여론조작, 살인도 서슴지 않던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처럼 추악한 정치인으로 이미지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