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약분업 원칙 지켜야

[사설] 의약분업 원칙 지켜야

입력 2000-09-21 00:00
수정 200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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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을 한시적으로 연기하자거나 임의분업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자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일고 있다.서울대 보건대 교수 20여명이 20일 성명을 내 “의약분업은 의약품 오남용이 극심한 현실에 대한 개선책으로 피해갈 수 없는길”이라고 강조한 뒤 의사들에게 즉각 폐업을 철회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19일에는 보건의료노조가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정부가 원칙없이 의료계 요구에 끌려다니면 총파업을 해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고 결의했다.

의사들의 폐·파업 이후 의약분업의 취지가 왜곡될 것을 우려하고의사들에게 진료현장 복귀를 촉구한 단체·개인은 숱하게 많다.그 중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보건대 교수,보건의료노조처럼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말하자면 지금 폐·파업을 벌이는 의사들을 제외하고는 보건의료계 전체가 의약분업을 적극 지지하거나 적어도 그 당위성을 인정하는 상태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그것도 국정수행에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민주당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의약분업 연기’‘임의분업 허용’을 섣불리 발설한 것은 무책임하고 분별없는 행위다.물론 의사들의 폐·파업이 50일 넘도록 계속되는 바람에 국민의 고통과 불편이 극심하고 이에 따른 불만의 소리가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그렇더라도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가 정당한데다 현행 약사법이 여·야와 의·약계,시민단체의 지혜를 모은 결과임을 고려할 때 그 틀을 허무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새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했으면 여권 인사로서 정치력부족을 스스로 반성해야 할텐데 거꾸로 제도 자체를 후퇴시키자니 그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공동여당인 자민련이 20일 의약분업을 백지화하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의미에서 경솔한 짓이다.

지금 의사들은 다음달 6일 1·2·3차 의료기관을 모두 동원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원칙을 깬다면 의약분업은 결국 물건너 갈수밖에 없다.그때 가서 온갖 희생을 치른 국민에게 정부는 무슨 논리로 이해를 얻으려는가.아울러 집단의 이익을 앞세워 개혁을 거부하는 사회 각계의 저항을 어떻게 수습하려는가.지금 정부가 할일은 의사들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의사들의 실력행사에 공권력이손을 드는 인상을 주더라도 그들이 내세운 전제조건을 받아들이라고우리는 이미 정부에 권한 바 있다.그렇다고 그 권유가 의약분업의 원칙마저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었다.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2000-09-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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