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픽스」·「빅또르 최」 등 10여편/충무로에 합작영화 바람

「언픽스」·「빅또르 최」 등 10여편/충무로에 합작영화 바람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6-05-11 00:00
수정 1996-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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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관객욕구 부응… 정부규제 완화도 한몫/부족한 자본·기술 보충… 해외진출의 발판 기대/“합작경험 미숙… 종속적 관계로 전락” 우려도

우리 영화계에 공동제작(합작)영화 바람이 일고 있다.

충무로 영화가에 대자본이 유입되면서 한층 활발해진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영화 활성화에 대한 일반의 기대와 다양해진 관객의 욕구,해외시장 진출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 영화계의 자구책 등과 맞물리면서 두드러지게 된 것.

특히 정부에서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영화진흥법에 「공동제작영화업」규정을 신설,그동안의 합작영화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사실상의 지원에 나서고 있어 공동영화 제작바람은 당분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동제작을 준비하거나 추진중인 영화는 지난 3월 처음으로 한·영 합작영화계약을 체결한 「더블 크로스」를 비롯,「빅또르 최」「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인샬라」「언픽스」「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달빛 맹세」「K K 패밀리 리스트」등 10여편.

「더블 크로스」는 동아수츨공사가 제작비의 80%,영국의 그라나다사가 20%를 부담하고 한국판권은 동아수출공사가,해외수익은 반반씩 나눠갖는 조건으로 체결됐다.영국의 신화적인 이중첩보원 존 베이커의 활약상을 그릴 첩보물로 빠르면 오는 9월쯤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초의 한­러 합작영화가 될 「빅또르 최」는 정지영 감독이 준비중이다.한국의 효능영화사와 러시아의 렌필름이 공동제작하는 이 영화는 러시아 한인 3세이자 전설적인 록가수였던 빅토르 최(90년 사망)의 불꽃생애를 다룬다.6월초부터 러시아에서 촬영될 예정.현재 제작비(20억원) 분담비율을 타진중으로 러시아측은 주로 스태프와 기자재를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가수 신성우가 주인공 빅토르 최로,모델출신 배우 진희경이 빅토르 최의 삶을 추적하는 르포작가로 나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은 영화사「백두대간」대표 이광모씨가 지난해 하틀리­메릴 국제시나리오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자작 시나리오로 직접 연출할 작품.현재 네덜란드의 「포티시모」사와 합작협의중으로 제작비보다는 포스트 프로덕션쪽의공동작업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민용 감독의 두번째 작품인 「인샬라」(신의 뜻대로란 아랍어)는 권현숙씨의 동명 장편소설을 토대로한 액션영화다.사하라사막을 배경으로 촬영은 알제리·모로코 등 1백% 해외에서 진행되며 주연배우를 뺀 나머지 배우들을 모두 현지인으로 쓸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8월말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한·홍콩 합작영화도 활발히 추진중이다.신예 최정일 감독과 홍콩의 양백견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액션영화 「언픽스」.동남아 시장진출을 목표로 한국의 정명영화사가 제작비 일체를 부담한다.한국의 한재석,홍콩의 오천련·류청운 등 인기배우들이 출연한다.

공동제작 방식은 우리 영화가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갈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부족한 자본과 기술,전문인력 등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그러나 국내 영화사들의 경우 합작경험이 별로 없어 자칫 단순한 자본투자에 그치는등 「종속적」 합작관계로 떨어질 소지가 많다.그런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이와 관련,한국영화연구소 김혜준 기획실장은 『단지 돈만 대는 공동출자(Co­Financing)는 별 의미가 없다.앞으로 스태프진을 함께 구성하는 등의 공동개발(Co­Development)방식으로 합작방향을 잡아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면 기자〉
1996-05-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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