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여러 벗들…』무슨 말인가 할지 모른다.장정연주한중국초대대사의 16일 아침 한국신문편집인협회초청 조찬대화연설 서두다.서양식 연설에 흔히 등장하는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의 중국식 한글표기가 아닌가 한다.생소한 인상을 받는 서두가 아닐수 없다.◆그러나 생김새부터가 한국인같은 이가 한국말로 연설하고 질문을 받으니 외국대사와의 조찬같지가 않았다.중국말의 한국말 동시통역이 아니라 한국말의 중국말 동시통역이 동원되는 진귀한 현상도 볼수 있었다.한국주재 외국대사중 그만큼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에 생각이 미치자 이상한 친근감같은것도 느낄수 있었다.◆그러면서도 중국은 역시 아직은 먼거리에 있는 외국이란 느낌을 동시에 받지 않을수 없었던 것은 왜였을까.『여사와 선생님』뿐아니라 대화의 대목마다 등장한 「조선반도」「조선전쟁」「조선정세」등 우리는 쓰지않는 「조선」이란 생소한 표현때문만은 아니었다.주한대사라면 한국식 표현을 쓰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느냐는 누군가의질문에 그는 앞으로 노력하겠다고도 했다.◆「한중수교와 양국관계의 전망」이 주제였다.그러나 예상대로 처음부터 질문은 6·25에 대해 『중국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한 최근의 장대사발언에 집중되었다.하지만 답변은 『공통점은 살려 나가고 차이점은 남기자』는 원칙론으로만 일관되었으며 질문자만 지치고만 형국이었다.◆장대사나 우리언론이나 서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첫대면이 아니었나 한다.「대통령수업」이란 말이 있지만 「대사수업」이란 말도 성립할수 있을지 모르겠다.북한에만 오래 있었다는 사회주의국가 외교관으로서 처음대한 자유민주국가언론,특히 한국언론에 대해 보고배우는 것이 많을줄안다.언론만이 아니다.우리의 생각과 관심을 비롯,한국의 모든 것을 잘 보고 알았으면 한다.한국은 「중국수업」을 중국은 「한국수업」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92-10-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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